정당의 당헌은 절대 불변이 아니다. 당원들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지 개정될 수 있는 사안인 것이다. 지난해 11월 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종전 당헌의 내용이었던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개정 이유는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당헌 개정 없이는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한’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자를 낼 수 없으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당헌을 고친 것이다. 이처럼 당 지도부나 당원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지 해당 내용을 가감할 수 있으니 절대불변의 당헌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 내에서 또 당헌 개정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현행 당헌을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헌 제88조 제2항 본문에 의하면 ‘대통령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로 규정돼 있는바, 민주당이 현 규정대로 한다면 대선일이 내년 3월 9일이니 늦어도 오는 9월 초까지는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자를 선출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감 가운데 현 시점에서 국민여론상 우위를 보이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무래도 유리하기 때문에 친문 세력들이 당헌 개정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재명 측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을 보이는바, 당내에서 특정인들이 사리사욕으로 대선 일정을 흔드는 순간 그것은 내전(內戰)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 지사 측의 반발에 당 지도부에서는 “대선 경선 연기론은 사실무근이다”며 “룰을 못 바꾼다”는 입장을 취하지만 지난해 말 한차례 당헌을 바꾼 사례 등을 보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당원이나 국민이 몇이나 있겠는가.

대선 경선 연기론을 제기하는 친문 세력의 주장도 허튼 말은 아니다.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후보자 선출을 대선일 4개월 전에 뽑는데 민주당이 6개월 전에 후보를 뽑아 놓으면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인즉 선거 전략상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친문 세력들이 대선후보자 경선일을 2개월 정도 늦추자는 주장의 이면에는 친문 성향 후보자들이 독주 체제를 보이는 이재명 지사를 따라잡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고 할 것이다.

민주당에서 흘러나오는 대선 후보자는 이재명 지사 이외에도 이낙연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광재 의원 등이고 심지어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낙연 대표가 어느 정도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타 후보예상자들이 대선주자로서 여론을 타기에는 시간이 필요로 하는 것인 만큼 민주당 후보 경선 연기를 위한 당헌 개정은 그저 나온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지사 측의 말대로 내전이 되든 외부전이 되든 민주당 친문세력의 당헌 개정 요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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