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이 지난 3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7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이 지난 3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3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

 

포천서 100평 헬스장 운영

코로나 후 회원 1/10으로 뚝

잇단 집합금지에 벼랑 끝 몰려

 

헬스장 영업강행 시위하기도

“지인, 폐업 후 10억 빚에 고통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필요해”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올 한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모든 경제 활동을 삼켜버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시작한 해인데 여전히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식당이 저녁 9시 이후로 영업을 할 수 없었고, 카페는 배달만 가능했다. 손님이 끊긴 자영업자들은 하나둘 스러져갔다. 급기야 코로나19로 가게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휴업을 선택하거나 폐업을 결정하는 자영업자들의 사연이 연일 뉴스를 장식했다. 자영업자의 비명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제한 등을 일부 해제했지만 그 ‘관성’으로 피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한숨 섞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악이에요. 남은 건 빚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8일에도 1500만원 캐피탈 대출을 받고 정부 융자금 천만원 신청해서 2500만원 빚이 또 늘었습니다.” 지난 3일 경기 포천 아이언짐 헬스장에서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이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핸드폰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모바일 통장 내역엔 ‘A카드 대출금 1000만원’ ‘0캐피탈 1500만원’ ‘ 정부정책자금 1000만원’ 등 대출 내역이 빈틈없이 찍혀있었다. 헬스장 월세비로만 나가는 고정지출은 월 1000만원.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내려진 영업 제한 조치로 인해 지난해 즈음부터 잔고가 바닥나기 시작했고 어떻게든 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돈을 구했다. 그렇게 해서 남은 빚은 무려 1억여원이다. 그래도 여전히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을 비롯해 각종 공과금이 산처럼 쌓여있다.

오 관장은 지난 2001년 경기도 포천 선단동에 100여평의 ‘아이언짐 헬스클럽’을 차렸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해 대학교 2학년 때부터는 일주일에 쇠를 안 만지는 날이 없을 정도로 운동을 사랑했다. 철인경기 등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트로피만 하더라도 백여개가 넘는다.

헬스장 영업이 잘될 땐 200~300명 회원들이 찾으며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두 달 이어지겠지’라는 생각은 절규로 바뀌었다. 한 달에 오는 회원은 20~30명으로 줄었다. 회원이 줄면서 매출도 1/4로 줄었다. 아내는 토요일 식당 아르바이트를 다니고 있다. 인건비 감당마저도 어렵게 되자 같이 일하던 직원들에겐 잠시 쉬어달라고 권유했다. 직원들은 현재 배달,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렇게 계속 운영하더라도 ‘적자’라고 오 관장은 고개를 떨궜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이 경기 포천시 아이언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텅빈 헬스장을 바라보고 있다. 15일부터 헬스장 영업제한이 일부 해제된 것에 대해 오 관장은 “수도권 10시 제한은 답답답하고 안타깝지만 그래도 숨통을 풀어준 게 어디냐”고 말했다. ⓒ천지일보 2021.2.3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이 경기 포천시 아이언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텅빈 헬스장을 바라보고 있다. 15일부터 헬스장 영업제한이 일부 해제된 것에 대해 오 관장은 “수도권 10시 제한은 답답답하고 안타깝지만 그래도 숨통을 풀어준 게 어디냐”고 말했다. ⓒ천지일보 2021.2.3

오 관장은 그간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을 대변해왔다. 정부의 방역 지침과 관련해 언론이 자영업자의 입장을 살필 때 가장 먼저 연락하는 이가 바로 오 관장이기도 하다. 그가 화제가 된 것은 지난달 4일 헬스장 영업을 강행하겠다고 SNS에 예고하면서부터다. 오 관장을 필두로 전국 각지의 헬스클럽이 그의 불복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왜 영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을까. 지난해 3월과 9월, 12월 정부는 자영업종에 세 차례의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헬스장 모두 한 달 넘게 문을 닫고 방역지침에 순응했다. 그렇게 1,2차까지 버텼지만 3차까진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는 게 오 관장의 말이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든 상황이니까 1년까지는 성실하게 정부 정책을 따라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갈수록 피해가 너무 심해져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할 수 있는 게 힘쓰는 일밖에 없다 보니 막노동이라도 해보려고 인력사무실에 전화 몇 군데 해봤더니 겨울철이라 일이 없다고 하고, 집에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우울증 걸릴 것 같으니까 영업을 못 해도 그냥 헬스장에서 불 켜놓고 멍하니 있었죠. 그런데 또 문을 닫으라니까 ‘가만히 있으면 굶어 죽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더라고요.”

헬스장 문을 닫을수록 회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한 달 간격의 집합금지로 재등록을 포기하는 회원들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영업 재개’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집합금지 끝에 겨우 영업을 재개할 순 있었지만, 피해를 회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 관장은 현재까지도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회원들의 환불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했다.

“환불 해달라는 연락이 계속 옵니다. 그럼 저는 이제 타이르는 거죠. ‘힘든 시기인데 이해해달라. 곧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나면 수업이랑 다 할 수 있다’면서요.” 그는 회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없는 형편에 300만원가량의 음이온 공기살균 전신소독기도 도입했다고 했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이 경기 포천시 아이언짐에서 체온 측정을 하고 있는 모습. 그는 최근 300만원가량의 전신 소독기를 헬스장에 도입했다. 회원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다.  ⓒ천지일보 2021.2.3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이 경기 포천시 아이언짐에서 체온 측정을 하고 있는 모습. 그는 최근 300만원가량의 전신 소독기를 헬스장에 도입했다. 회원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다. ⓒ천지일보 2021.2.3

오 관장이 불복 시위에 나선 것은 ‘살고 싶다’는 절규였다. 처절한 건 오 관장뿐이 아니었다. 그의 오래된 지인도 재작년 말 10억을 들여서 헬스장을 열었다가 4~5개월 후에 코로나가 터졌다. 결국 보증금마저 잃은 뒤 작년 10월달에 폐업을 결정했다고 한다.

“전화해서 자살하고 싶다고 해요. 가족들 볼 면목이 없으니까. 죽으면은 가족들에게 불효하는 것 같은데, 살아서 10억을 갚을 방법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구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는 심각하게 생각을 안 하는 것입니까.”

오 관장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코로나 거리두기 영업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게 일정 부분 손실 금액을 정부가 보상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바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다.

그는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 쪽엔 한 달에 문 닫게 하면 2000만원 지원을 한다. 우리나라는 작년 3월과 8월에 100만원을 지원하고 이번에 300만원 지원했다”며 “사실상 코끼리 비스켓 밖에 안 된다. 고위 공직자들은 이 와중에 월급이 인상됐다고 한다. 그런 돈 반만 나눠도 굶어 죽지 않지 않겠나. 그렇게 해서 국민이 같이 살자는 것이다. 세계 경제 규모가 10위라고 하는데 경제 규모에 걸맞게 자영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달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꺾인 상태지만 여전히 확산의 불씨가 잔존하고 있다. 헬스장 영업제한도 수도권은 오후 10시로 연장됐고, 비수도권은 전부 풀린 상태다. 오 관장은 “수도권 10시 제한은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그래도 숨통을 풀어준 게 어디냐”고 반겼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불안하다. 오 관장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한 대중교통, 종교시설 등 코로나19 대규모 폭발 위험은 있을 수 있다며 방역 준수를 호소했다.

“정부 시책을 따르면서 1년을 버텼습니다. 600만원 정도의 칸막이까지 달아서 운영을 하고 시간 되면 소독제도 다 수작업으로 닦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운영을 하는데 최근 교회 등에서 확진자가 대량 발생한 걸 보면서 울화통이 터지더라고요. 같이 협조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일부 업종만 방역수칙 지키면서 운영 해선 안됩니다. 대한민국 모든 단체들이 같이 협조를 해야 합니다. 해서 힘든 시기 빨리 졸업을 합시다. 확진자 수가 0이 돼서 하루빨리 아이들이 뛰놀수 있는 사회가 오길 기원합니다. ”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이 경기 포천시 아이언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텅빈 헬스장에 서 있는 모습. 그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잠시 멈출때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 2021.2.3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이 경기 포천시 아이언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텅빈 헬스장에 서 있는 모습. 그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잠시 멈출때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 20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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