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칼럼] 배우 윤정희는 우리의 미래일까
[대중문화칼럼] 배우 윤정희는 우리의 미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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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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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정사에 관한 청원까지 오른다는 언론의 비판이 있었다. 실제 그렇다면 공공성이 떨어져 보인다. 이는 배우 윤정희씨에 관한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오른 이후에 제기됐다. 그 청원의 내용은 배우 윤정희씨가 치매증세를 보이고 당뇨까지 앓고 있는데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남편과 딸이 후견으로 있는 데도 방치돼 있다는 지적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배우가 이런 지경이라니.

1960년대 후반 남정임, 문희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고, 그동안 320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대종상 영화제 등에서 28번의 여우주연상을 받기에 이르렀던 최고의 배우 윤정희.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작품에 출연, 칸 영화제에 초청돼 여우주연상에도 언급된 배우가 알츠하이머 등에 걸린 상황에서 머나먼 타국에서 버려져 있다니, 배우 윤정희를 사랑하는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공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청원의 글을 쓴 이들이 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부에서는 이 같은 사태가 윤정희씨의 재산 때문에 일어났다는 의구심이 일었다. 그 뒤 동생들은 전혀 재산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현재 동생들의 유산 상속은 불가능하다. 사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당사자 간의 문제라서 판단이 쉽지 않다. 이런 가족 갈등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스타를 둘러싼 관음증 시선에서 호기심 충족에 머물고 말 것이다. 이런 수준에 머문다면 정말 공론장인 청와대 게시판에 사적인 가족 갈등까지 청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스타를 통해서 바라봐야할 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성년후견인 제도 때문이다. 윤정희씨가 치매 때문에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고, 후견인이 필요했던 상황은 분명했다. 이에 2019년 7월 이후 그곳 파리에서 윤정희씨를 두고 동생들과 딸이 신청했는데, 이에 성년 후견 신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에서도 2013년 실시된 ‘성년후견제도’는 치매를 갖고 있는 사람처럼 질병·장애·노령 등의 이유 때문에 특정 성인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때 그에게 후견인이 지정돼 폭넓은 보호와 지원을 하는 제도다.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하고 나아가 재산관리도 한다. 동생들의 이의 제기에도 지난해 11월, 프랑스 법원은 윤정희씨 딸이 후견을 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시 발끈한 동생들은 석 달 만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남편과 딸의 후견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에 윤정희를 평소 바람대로 한국에 데려오고 가능하다면, 자신들이 후견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이미 프랑스 법원에서 판결을 했고, 국내에서 성년후견인 소송이 이뤄지려면 윤정희씨가 한국에 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청와대 청원만이 해법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비단 이런 성년후견인 지정은 스타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치매 환자는 곧 1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실제로 성년후견인 소송도 많아지고 있다. 이상적이라면 미리미리 후견을 지정해야 하는데 대부분 재산 문제 때문에 이 후견 쟁송이 이뤄진다고 한다. 더구나 코로나19 때문에 자산가치가 상승하면서 더욱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여 이상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오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도 있다. 가족 간에 ‘설마 그럴 수가 있는가’ 하는 사이 어느 날 갑자기 몹쓸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조성되고 있음을 배우 윤정희씨 청원 사례가 시사하는 바다. 방역은 미리 여기에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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