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북중 무역 통로인 신의주-단둥 압록강대교. (출처: 연합뉴스)
주요 북중 무역 통로인 신의주-단둥 압록강대교. (출처: 연합뉴스)

ITC, 13개국 대북 무역액 분석

북·중 교역액도 80% 넘게 급감해

전문가 “장마당도 제대로 작동 안돼”

“자력갱생 한계… 김정은 결단 내려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지난해 중국 이외 다른 나라들과 무역에서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무역액이 크게 하락한 사실은 북한 경제의 현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분석인데, 실제로 북한은 올해 초 노동당 대회에 이어 최근 2차 전원회의까지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경제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北무역 규모, 전년 대비 1/3 수준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6일 국제무역센터(ITC)의 ‘트레이드 맵(Trade Map)’ 자료를 인용해 전날 기준 지난해 북한과 무역했다고 보고한 13개국의 대북 무역총액은 1309만 달러(약 144억 3천만원)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9년 3516만 달러에 비해 약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ITC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수출액은 2019년 836만 달러에서 지난해 806만 달러로 약 30만 달러 줄었지만, 같은 기간 수입액은 2680만 달러에서 502만 달러로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국가별로는 브라질로부터의 수입액이 2019년 1985만 달러에서 지난해 9만 3천 달러로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위스에서도 수입액 하락 폭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북한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방역을 위해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해왔다.

이번 13개 국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이미 자국 해관총서 자료를 통해 북한과의 무역 규모를 공개했는데, 지난해 북·중의 교역 총액은 5억 3905만 9천 달러(약 5967억원)로 직전 년도인 2019년보다 80% 넘게 급감했다.

'자력갱생' 구호 아래를 지나가는 북한 어린이.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계정 '에코 오브 트루스'(Echo of Truth)에서 평양의 가을 풍경을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자력갱생'과 8차 당대회 준비 독려 선전 문구가 눈에 띈다. 2020.11.6 [유튜브 'Echo of Truth' 캡처, 연합뉴스]
'자력갱생' 구호 아래를 지나가는 북한 어린이.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계정 '에코 오브 트루스'(Echo of Truth)에서 평양의 가을 풍경을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거리 곳곳에 내걸린 '자력갱생'과 8차 당대회 준비 독려 선전 문구가 눈에 띈다. [출처: 연합뉴스]

◆北소비재 수입 대폭 감소… “주민 생활 심각”

북한의 국경봉쇄 사태가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셈인데,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의 수입 감소가 북한 경제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북한 당국이 크게 줄인 수입은 대부분 소비재 품목으로, 생필품 공급이 안 되는 만큼 북한 주민에게 상당한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남광규 매봉통일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경제가 제재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이제는 장마당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면서 “생필품 조달이 안 되니 팔수 있는 물건들이 대폭 줄었다. 사실상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은 상황에서 오가는 게 없는데 당연한 수치다. 이래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당원들 앞에서 아무리 큰소리로 떠들어대도 소용없는 짓”이라며 “자력갱생만으로는 어림없다. 김정은 정권이 진정 북한 주민을 위한다면 국제사회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는 게 곧 체제를 지켜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자국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경 봉쇄로 북한에서는 각종 물품 조달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져 경제는 물론 주민들의 생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입 재료, 원자재, 부품 등이 없어 많은 기업이 멈춰서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아이들은 사실상 거의 1년 동안이나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다”고 북한의 실상을 알린 바 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나흘간의 일정 끝에 지난 11일 종료됐다고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내각이 설정한 올해 경제목표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당 경제부장을 한달 만에 교체했다. 연단에 선 김 총비서가 힘주어 이야기하듯이 몸을 편 채로 오른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나흘간의 일정 끝에 지난 11일 종료됐다고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내각이 설정한 올해 경제목표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당 경제부장을 한달 만에 교체했다. 연단에 선 김 총비서가 힘주어 이야기하듯이 몸을 편 채로 오른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