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데 키가 좀 크다고 돈 내고 표를 사라니 말이 되나요."

중국에 사는 한국 교민이라면 고속철 또는 버스를 타거나 관광지, 놀이공원 등을 갔을 때 자녀의 무료입장 여부를 놓고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이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가 있는 중국인들도 고민거리라고 한다.

베이징 근교 유명 관광지인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이나 룽칭샤(龍慶峽)를 가도 매표소나 개찰구 앞에 꼭 보이는 것은 '아동 키 측정 판'이다.

다른 중국 지역도 마찬가지다.

아예 매표소 바로 옆에 키 별로 선을 그어놓고 아동의 경우 120㎝ 이하는 면제, 150㎝ 이하는 반값이라고 써놓은 경우도 많다.

어떤 곳은 관광지 표를 검사하는 출입구에 아예 '아동 키 측정 판' 세워놓고 입장에 앞서 다시 키를 확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는 다시 한번 아동의 키가 화제에 올랐다.

자녀와 함께 고향으로 가려는 중국인들이 아동 표를 어떻게 사야 할지 망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이를 기준으로 보통 6세 미만의 경우 열차 등 대중 교통비를 면제해주고 만 13세 미만인 경우 승차권 금액의 절반을 할인해주는 경우가 많다.

관광지나 경기장도 각각 다르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아동 입장권 면제 또는 할인을 한다는데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중국은 전혀 다르다.

14억명 인구의 중국은 나이 또는 키만 기준에 맞으면 아동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중국 교통운수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만든 규정에 따르면 도로 여객 운수 분야의 아동 표는 만 6세 이하 또는 키 120㎝ 이하면 무료다. 다만 단독 좌석은 쓸 수 없다.

50% 할인을 받는 아동의 범위는 6세~만 14세이거나 키가 120~150㎝ 이하여야 한다.

중국 교통운수부 관계자는 춘제 때 고속철 등을 이용하고자 아동 표 면제 문의가 폭주한다면서 "아동은 나이나 키 가운데 하나만 기준에 충족해도 관련 우대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내 여객선 등 수로 교통 이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에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부모들이 120㎝ 또는 150㎝가 넘는 자녀와 함께 외출할 때는 반드시 자녀 신분증을 잘 챙겨 푯값 우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공유됐다.

한국에도 일부 놀이시설에 키 제한이 있지만 중국이 이처럼 아동의 키를 기준으로 한 입장 제한을 폭넓게 적용하는 이유는 뭘까.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본토의 땅이 워낙 넓은데다 인구도 너무 많고 과거 산아 제한으로 호적에 제대로 등록되지 않은 인구들도 있다 보니 신분증이 필요한 나이 기준보다는 키로도 우대 혜택을 주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의 한 교민은 "일단 관광지에 가면 자녀 신분증을 가져온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키를 한번 재보고 표를 사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면서 "어린 자녀의 키가 클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라 외국인들은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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