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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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됐으니 귀성은 물론 고향의 친지·어른들을 찾아 세배조차 못 드리는 기이한 풍경이 벌어졌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안타까운 일인데,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비참한 사단의 발단 원인이 제공된 시기가 꼭 1년 전이다. 지난해 2월 당시에는 병명조차도 불분명했고 그저 겨울철 폐렴이려니 의심됐던 병원균이 뉴스를 타고 국제사회로 알려지면서 비로소 세계인들의 관심의 초점이 됐던 것이다.

지난해 1월 1일 중국 우한시 화난수산물 도매시장이 신종바이러스로 인해 폐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이어 중국 정부에서 전염병 차단을 위한 각종 조치가 취해지면서 감염증 재난에 대한 공포가 국내외로 알려졌던바, 국내 1번 확진자가 발생한 것도 작년 1월 20일이다. 며칠 전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중국 화난시장이 코로나19 진원지라는 입증이 안 됐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어쨌든 중국 화난시장을 잠시 다녀온 중국인이 국내로 들어와 고열 증세를 보여 격리조치된 사실이 있었고, 그가 보건 당국으로부터 판정받은 최초의 국내 확진자가 됐다.

그 후 한 달 동안 국내 확진자수는 30명으로 늘어났지만 28번 확진자가 완치돼 퇴원하는 등 10번째 완치사례가 나타난 가운데, 지난해 2월 18일 국내에 크게 확산된 계기가 된 대구지역에서 31번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때는 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초기단계인지라 보건 당국에서는 “확진자라도 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되니 불안심리를 갖지 말고 각자의 일상생활을 하라”고 위무했을 때다. 그런 까닭에 대구의 31번 확진자는 물론 국민들이 코로나19가 국가·사회적으로 엄청난 폐해를 미치는 무서운 바이러스일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어떠한 사유가 있었던 간에 대구는 코로나19가 집단 확산된 지역이다. 31번 확진자의 부주의든 아니든 간에 그로 인해 대구에서 집단발생된 사실에는 틀림없는바, 그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였고, 동료 신앙자인 신천지 대구교인들이 집단감염된 것을 두고 사회여론과 언론에서는 슈퍼 전파자로 낙인찍었고, 신천지가 몹쓸 병마를 전파시킨 집단으로 매도됐다. 그때부터 신천지 신도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될 때마다 손가락질 받으며 지난 한해 죄인 아닌 죄인 신세가 됐고, 유구무언의 희생양이 됐던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과 대구교회 지파장 등 8명에 대한 구속과 재판 등 박해였다. 이들의 범죄 혐의 핵심 내용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정부의 조치를 방해했다는 것인즉 한마디로 국민여론을 기화로 덤터기 씌운 격이다. 하지만 검찰이 반사회적 범죄라며 강력히 주장했던 방역 방해 혐의는 법원의 재판에서 전부 무죄가 났다. 이만희 총회장에 이어 지난 3일 교인 명단을 누락해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대구 신천지 대표자 8명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무죄 이유를 밝혔다.

대구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신천지에서는 이만희 총회장이 사과를 했고, 대구지역 신천지 교인들이 3회에 걸쳐 혈장 공여를 했다. 또한 대구지역 코로나 확진자들을 위해 사용하라며 현금 120억원을 대구시에 헌금했다. 하지만 대구시에서는 받기를 거부하면서 그 대신 100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을 신청해 이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와 관련해 많은 시민들은 신천지의 120억원 헌금을 대구시가 왜 거부한 것인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고, 대구 신천지 대표자 8명에 대해 방역 방해 등 혐의가 무죄 판단을 받았음에도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천지 상대 1000억원 민사소송은 그대로 진행하며 이길 자신이 있다”는 확신을 한 데 의아심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에서는 지난해 6월 18일 ‘신천지 대구교인들의 집단 감염으로 지역 사회의 대규모 집단 감염과 지역 사회로의 전파·확산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100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을 이만희 총회장과 신천지예수교회를 상대로 청구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코로나19가 대구 신천지 집단 감염이후 완전 종식됐으면 그게 통할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신천지와 무관하게 2차 사회확산을 거쳐 3차 확산세로 번진 상황에서 다른 종교시설에서 감염 사례가 많이 발생하지만 신천지교회에서 추가 확진자는 아직 없고, 또 대구교회 대표자들에 대해 방역방해 혐의가 무죄로 판결난 마당에 권영진 대구시장의 민사소송 승리 장담은 웬 말일까.

지난해 2월 18일 신천지교인 31번 확진자가 판정받은 이후 꼭 1년이 됐다. 그동안 코로나 확산 주범으로 몰려 사회비난을 받았던 신천지교회와 교인들이 1년 동안 속앓이 속에 반성과 혈장 공여 등 사회헌신도 많이 했다. 코로나19 초기엔 지금과 같은 방역지침이 없었으니 고의성이 없다 할 것이나 결과론에서 속죄하는 마음에서가 아니었겠는가. 상황이 변해 제3차 사회확산기를 맞은 지금, 돌이켜보면 코로나19 주범인양 사회 비난과 경멸의 대상이 됐던 신천지교회가 재판을 통해 무죄가 입증됐으니 “내 탓이려니” 참고 견딘 아픈 세월 지나고 봄이 찾아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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