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YTN 방송보도 화면 캡쳐)

코·입 보이며 마스크 쓴 업주에게 손 뻗는 영상, 진실은?

공무원 딸, 당진시청 자유게시판에 글 올려 억울함 호소

“아버지, 중환자실에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사경 헤매”

“YTN 보도 내용, 사실과 달라… 일방적 제보 ‘짜깁기식’”

“딸로서 ‘아버지의 진실 알려야 한다’ 생각, 게시글 올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아버지는 모든 것을 잃고 지금 사경을 헤매고 계십니다. 저는 딸로서 마땅히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17일 당진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2020년 11월 24일 YTN 방송보도 턱스크공무원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돼 있다. 작성자는 자신을 “‘턱스크 공무원’ 김OO 과장의 딸”이라고 소개하며,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아버지는 일방적인 제보를 짜깁기한 언론 보도로 인해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턱스크 공무원’ 관련 게시물. (출처: 당진시청)
‘턱스크 공무원’ 관련 게시물. (출처: 당진시청)

지난해 11월 YTN은 당진시 공무원이 카페 업주 앞에서 마스크를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코와 입을 보여줬고, 심지어 업주의 마스크를 벗기려는 듯한 행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던 당시 해당 보도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또 이른바 ‘턱스크 공무원’이라는 신조어를 낳았고, 수많은 비난의 화살이 김 과장을 향했다.

김 과장은 이로 인해 아파트에서 뛰어내렸고, 현재는 중환자실에 사경을 헤매고 있다. 작성자의 주장대로라면 진실을 보도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책임져야 하는 언론이 무책임한 보도로 한 가정을 풍비박산 낸 꼴이 된 것이다. 본지는 보도된 내용과 다른 시각에서 작성된 글을 토대로 사건을 재조명해봤다.

◆마스크 내렸다 올리며 코·입 보여준 이유는?

먼저 김 과장이 마스크를 올리고 내린 부분에 대해 YTN은 CCTV영상을 공개하며 김 과장이 “코와 입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의 ‘보여줬다’는 말에 네티즌은 공무원으로서 상식을 벗어난 항의 표현방식이라며 분노했다.

코로나19 시국에 이런 항의 방식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부분에 있다. 김 과장의 딸이 공개한 소명서에 따르면 김 과장은 원래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행한 A과장이 자신의 딸 친구이고 같은 아파트 이웃인 B씨가 운영하는 곳에 가서 팔아주자고 해서 해당 카페를 방문하게 됐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시켜 놓고 중간에 커피값을 계산하기 위해 흘러내린 마스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카운터로 나가던 중 B씨로부터 “마스크 똑바로 쓰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김 과장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큰 소리로 퉁명스럽게 말해 듣기에 매우 귀에 거슬렸다”고 했다.

동행한 A과장과 안면도 있는 사이이고 딸의 친구라고 했는데 일부러 팔아주러 간 손님한테 퉁명스럽게 말하니 괜히 기분이 나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가씨, 커피 마시러 온 손님한테 너무 불친절하시네요. 저는 비염이 있어요. 또 안경을 써서 뜨거운 것을 먹고 땀이 나거나 바깥하고 공기 차이가 나면 안경에 습기가 차서 안경테가 미끄러워 자주 흘러내려요.”

김 과장은 이렇게 말하며 마스크를 두세 번 올렸다 내리며 안경에 습기가 찼을 때 마스크를 들어 습기를 제거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YTN에서는 해당 내용이 생략된 채 ‘한 남성이 카페 업주 앞에서 마스크를 내렸다가 올리기를 반복하며 코와 입을 보여줬다’고만 보도했다.

김 과장은 “방송의 보도내용에는 이런 부분은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며 “또한 동영상(YTN보도)에는 한결같이 ‘똑바로 쓰세요’라는 퉁명스런 말 대신 ‘제대로 쓰세요’라고 했다며 바꿔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짜뉴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짜뉴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시국에 업주 마스크까지 벗기려 해?

김 과장의 손을 뻗는 행동을 두고 YTN은 ‘심지어 마스크를 벗기려는 듯 손까지 뻗자 업주는 뒷걸음질 친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부 공무원들의 일탈로 방역에 솔선수범을 보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무색해졌다’고 했다.

문제는 손을 뻗는 행동이 진짜 마스크를 벗기려는 행동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의 이야기는 보도된 바와 달랐다.

그는 “마스크를 잠깐만 써도 입안에 더운 입김 때문에 마스크가 금방 젖는데, 내가 쓰고 있는 것도 더러운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쓰고 있는 마스크를 벗기려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이 모든 것을 두고 ‘행패를 부렸다’고 (보도) 하는데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경찰에 신고돼 이미 현행범으로 체포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해 “가게를 운영하는 어린 사장(B씨)에게 따뜻한 말씨로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뼈저리게 반성과 후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 과장은 “이 사건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 직전에 있고 형언할 수 없는 심신장애와 고통을 겪고 있다”며 “저를 포함 저의 가족들은 지역신문에 실명이 거론돼 아파트, 직장, 친구들에게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건이) 보도·왜곡되면서 유튜브, 블로그 등에 댓글과 (기사) 퍼 나르기 식으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마녀사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녀사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김 과장 딸 “억장 무너지는 고통 겪고 있다”

김 과장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에 입원한 뒤 그의 딸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며 헛소리를 하시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아버지를 보면서 딸로서 이렇게 목구멍으로 밥을 먹고 있는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는) 입원하시기 전 택배차만 와도 ‘쉿 조용히해 YTN기자가 와서 촬영하고 있다. CCTV가 다 찍고 있다’고 하시면서 헛소리를 하셨다”며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저희 가족은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의 턱스크가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YTN에 제보 전 얼마든지 A과장을 통해 연락처를 받아 ‘사과해달라’고 할 수도 있었던 일인데 왜 ‘모르는 사람이 카페에 와서 마스크 벗기려고 난동을 부렸다’ ‘난동부리고 공무원인 게 탄로 날까 무서워 강원도에서 왔다고 거짓말했다’며 왜 그렇게 제보 하셨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형 확정돼도 실명·얼굴 공개 안하는데…”

김 과장의 딸은 “윗글 보시면 알겠지만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매스컴에 보도돼 전 국민이 보았고, (지역언론에선) 실명 또한 거론됐다. 살인자가 형이 확정돼도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법적인 절차를 밟아 보도해야 하는데 한쪽의 일방적인 제보로 짜집기식으로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버지는 모든 것을 잃고 사경을 헤매고 계신다”며 “저는 딸로서 당연히 아버지의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법정에서 죄가 확정될 때까지 죄가 없다고 보는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YTN은 제보자의 일방적인 제보만을 갖고 김 과장을 ‘일탈 공무원’으로 몰았고, 김 과장의 해명은 일부만 보도하는 등 진실보다는 자극성 위주의 보도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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