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9년 켄터키 렉싱턴에서 주지사 선거 지지유세에 참석해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등을 두드리고 있다.
【렉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9년 켄터키 렉싱턴에서 주지사 선거 지지유세에 참석해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등을 두드리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결국 부결로 끝났지만, 공화당의 숙제는 남았다. 트럼프를 공화당에서 안고 가야할지 여부다.

13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년여 만에 두 번째로 상원 탄핵 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순간,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일어나 연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매코넬 원내대표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법적 이의를 제기하며 무죄 투표를 던졌지만 이후 발언에서는 공화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과제를 강조했다.

공화당은 트럼프의 지지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만큼 그와 함께 해야 하는지, 공화당의 유산에서 그의 위험한 마지막 날들을 지워야 하는 지 두 개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매코넬 원내대표는 “폭동 사태에 앞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은 수치스러운 직무유기였다”며 “그러나 7400만명(트럼프 득표수)의 미국인들이 국회의사당을 공격하지 않았다. 수백명의 폭도들이 그랬다. 7400만명의 미국인들이 공격을 자극한 허위 정보와 분노의 캠페인을 계획하지 않았다. 딱 한 사람이 그랬다”고 말했다.

의사당 침략을 하지 않았던 트럼프의 지지자들을 옹호하면서도 트럼프의 행위 자체는 공화당과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는 양상이다.

이제 공화당 의원들의 과제는 트럼프를 통해 가져가야할 지지와 전 대통령의 과장스럽고 음모적인 기질을 분리해야하는 것이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에 대한 무죄 선고를 한 것이 전 대통령을 전면적으로 포옹했다는 의미로 읽혀서는 안 되며 그가 옹호해온 것을 지지한다고도, 심지어 2024년에 그를 지지해 백악관을 위한 경쟁에서 당을 이끌겠다는 약속으로도 읽혀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공화당, 아이오와)은 트럼프가 당의 미래가 돼야 하는지라는 질문에 “어떻게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지지자들이 있어야 한다. 누가 이끌어야 할지는 알아보겠지만 모두가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표결에서의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의 유죄 투표는 트럼프가 다시 재임할 수 없게 만들진 못했지만 상당한 질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1월 6일 의사당 폭동 선동 무혐의 결정을 내린 지 몇 시간 만에 성명을 통해 “혐의의 실체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며 7명의 공화당원이 민주당과 함께 트럼프의 유죄를 위해 투표한 초당적 성격에 주목했다.

이들 7명 중 한 명인 리처드 버 상원의원은 이날 표결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일과 하지 않은 일은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지키겠다는 취임 선서를 어긴 것”이라며 “오늘의 투표로 미국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고 직면한 중대한 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CNN은 많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전직 대통령이 퇴임을 하면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게 합헌이 아니라고 생각해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의사당 폭동과 그와 관련된 사건들이 트럼프와 완전히 무관하게 일어났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공화당 2인자인 존 툰 상원의원은 이날 재판의 마지막 순간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자들에게 “불편한 투표였다”고 토로했다.

유죄 투표를 한 팻 투미 상원의원은 “사상 최대의 초당파적인 투표였다”며 “상원의원의 과반수는 트럼프가 유죄라고 믿었다. 실제로 유죄를 선고하는데 필요한 3분의 2는 아니지만, 그것(7명의 투표)은 매우 강력한 비난이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 국민들은 그가 한 일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탄핵소추위원단장인 민주당의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은 “매코넬 의원은 트럼프가 공화당의 큰 문제로 남아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며 “이는 내 관할이 아니며 할 말도 없다. 그들(공화당)은 당 내부 정치적 관계를 다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