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퍼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샌퍼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천지일보=이솜 기자] “트럼프가 싸움을 요구했나요, 아니면 ‘싸움’이라는 비유를 사용 했나요?”

미국의 정치 연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이에 대한 논의에서 언어의 선택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 자명한 이치가 있는데, 문맥이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강렬한 단어를 사용했는데, 나중에 그는 ‘싸움’의 개념을 정치적 은유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그의 탄핵 심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회의사당 습격 전 연설에서 ‘싸우자’ 또는 ‘싸움’이라는 단어를 20번 사용했는데, 그의 변호인단은 트럼프가 표현의 자유의 선을 넘지 않았으며 말 그대로 공격을 하라고 선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당시 “우리는 죽기 살기로 싸운다(We fight like hell)”며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으면 더 이상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이 발언이 트럼프의 변호사 마이클 반 데르 빈이 지적했듯이 정치 연설의 일부였지만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트럼프의 발언으로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자극을 받았다고 전했다.

법적으로는 이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는 수정헌법 제1조가 제정된 이후 미국 헌법적 긴장의 근본적 부분이었다.

특히 올리버 웬델 홈즈 대법관의 판결 이후부터다. 홈즈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병역거부 전단지가 군 채용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배포를 허용할 수 없다는 판결에서 “표현의 자유를 아무리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거짓말로 극장 안에 불이 났다고 외쳐서 패닉을 유도한 사람까지 보호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후 대법원은 공공 안전에 분명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을 야기하는 행동까지 보호할 수 없다는 이 원칙에 따른 판례를 확립해왔다.

트럼프의 말처럼 오랫동안 싸움, 폭력, 총기에 대한 비유에 힘써온 나라에서는 이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권리를 위해 싸우고, 아이들을 위해 싸우고, 유방암과의 싸움에 동참하라는 문구는 실제로 ‘싸움’과 관련된 의미는 아니다. 한 치약 광고는 ‘충치를 겨냥하라’는 문구를 사용했지만 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판 데르 빈은 “이것(트럼프의 말)은 수백년동안 걸친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사람들이 사용해 온 언어와는 사실상 구별이 안 되는 미사여구”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언어와 맥락. 이번 주 상원 탄핵 심판에서 이어지고 있는 논쟁이 시작된 곳이다.

그러나 지난 1월 6일 트럼프의 발언이 국회의사당을 강타한 지지자들에게 쏟아지면서 그의 맥락에 대해 “만약 은유가 폭도의 관점에서 문자 그대로 인식된 후 폭력적인 결과를 낳는다면 발언자를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토론이나 인터뷰에서의 은유적 표현과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특정한 일을 앞두고 특정 군중 앞에서 하는 은유적 표현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의 변호사는 그의 연설에서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민주당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맥락인 트럼프가 폭동 전 연설했던 ‘실제 현장’의 맥락도 놓쳐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호아킨 카스트로(민주당, 텍사스) 하원의원은 “(당시) 지지자들이 무장을 하고 맹렬히 화를 내고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하는 순간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할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은 트럼프의 지위 즉 대통령으로서의 위치를 지적했다. 트럼프 역시 개인 시민으로서 여느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앞세운 행정부의 수장으로 있다는 그 맥락이 일반 시민과 상황을 동일시 할 수 있냐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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