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경복궁 광화문 금갑장군 문배도. ⓒ천지일보 2021.2.13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경복궁 광화문에 걸린 금갑장군 문배도. ⓒ천지일보 2021.2.13

“코로나19 극복기원… 지친 국민의 마음 위로하고자”

‘구한말 조선궁궐’에 붙인 문배도 실제 모습 첫 확인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문화재청은 서울 종로구 경복궁 광화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금갑장군 문배도’를 부착했다.

문화재청은 음력 1월 1일 ‘액과 나쁜 기운을 쫓고 복(福)을 구한다’는 200여년 전 조선 왕실의 문헌 속 세시풍속에서 착안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기획했다.

“황금 갑옷의 두 장군의 길이가 한 길이 넘는데 하나는 도끼를 들었고, 하나는 절을 들었다. 그것을 궁문의 양쪽에 붙인다. 이것을 문배(門排)라고 한다” (경도잡지: 조선 후기에 유득공(柳得恭)이 지은 세시풍속지)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설날인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광화문에 걸린 금갑장군 문배도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3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설날인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광화문에 걸린 금갑장군 문배도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3

문배도의 주제는 처용, 호랑이, 용, 닭과 함께 금장장군 등이었다. 도화서 화원들이 두 장군상을 그리면 정월 초하루에 궁궐 정문에 붙였다는 기록만 전해졌다. 이러한 풍속은 조선 후기 민간으로 널리 알려졌다.

문배에 관한 기록은 조선 시대 문헌자료인 ‘열양세시기’ ‘동국세시기’ ‘육전조례’ 등에 수록돼 있었지만 그간 그 도상의 실체에 대해서 뚜렷이 확인할 수 없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주미 대한제국공사관(미국 워싱턴 D.C. 소재)’ 복원‧재현 과정에서 미국 가정생활 잡지인 ‘데모레스트 패밀리 매거진(Demorest’s Family Magazine)’ 1893년 7월호에서 구한말 광화문을 촬영한 흑백 사진이 발견됐다. 이 잡지는 그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내부를 찍었는데 이때 북쪽 벽면에 태극기와 함께 걸린 광화문을 찍은 액자가 촬영된 것이다.

광화문 원본사진 확대. (출처: 연합뉴스)
광화문 원본사진 확대. (출처: 연합뉴스)

재단은 이 ‘사진 속 사진’을 미국 디지털 아카이브 자료와 1년간 비교 조사해 2015년 초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액자 속 광화문의 원본사진을 찾아냈다.

재단에 따르면 고종 재위 기간에서 조미수교가 체결된 1882년께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본사진은 광화문 앞에 군중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2019년에 광화문 원본사진 중앙에 광화문만 확대해보니 약 3m 길이의 흰색 종이에 험상 궂은 얼굴의 부리부리한 눈을 부릅뜬 장군상을 그린 그림이 문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불교 신장(神將)상과 비슷한 모습의 ‘금갑장군(金甲將軍, 금빛 갑옷을 입은 장군)’이다.

19세기 말 광화문에 금갑장군이 그려진 문배도가 붙였다는 사실도 이 사진을 통해 알게 됐다. 문배도는 위쪽 3분의 1정도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찢긴 상태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이 광화문 촬영사진을 태극기와 함께 북쪽 벽에 걸어놓은 것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재단은 “북쪽은 왕을 상징한다. 워싱턴에 파견된 대한제국 관료들이 고종이 머무는 광화문 사진과 국가 상징인 태극기를 향해 예를 갖췄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궐에서 그리던 문배도는 조선후기 들어 민간에도 널리 퍼졌다. 사가(私家)에서 그린 금갑장군 문배도 1점이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풍산 류씨 본가(화경당)에 소장돼 있다. 현존하는 문배도 가운데 유일한 완본이다

“도화서에서는… 황금빛 갑옷을 입은 두 장군상을 그려 바치는데 길이가 한 길이 넘는다. 한 장군은 도끼를 들고 또 한 장군은 절을 들었는데 이 그림을 모두 대궐 문 양쪽에 붙인다”고 조선 순조 때 학자인 홍석모가 지은 민속 해설서 ‘동국세시기’에 기록했다.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광화문 사진. (제공: 문화재청)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광화문 사진. (출처: 연합뉴스)

경복궁관리소는 미국에 일부만 남아 있는 발굴 사진만으로는 재현이 어려워 왕실과의 연계성을 보이며 유일하게 완형이 남아 있는 안동 풍산류씨 하회마을 화경당 본가 소장 유물을 바탕으로 ‘광화문 금갑장군 문배도’를 제작했다.

이번 문배도는 종이로 제작해 붙여야 하지만 직접 부착한 뒤 제거할 때 광화문 훼손이 우려돼 탈‧부착이 편리한 현수막 형태로 제작해 부착했다. 금갑장군 문배도는 설날 연휴인 오는 14일까지 부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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