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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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만 있어도 바이러스 죽여”

‘여의도순복음’ 이영훈 목사

효과 입증 안된 카드 배포

 

논란 일자 해명, 계획 철회

카드 만든 연대 교수 알고보니

‘생명수’ 팔다 벌금형 전적

 

은혜의강, 소금물 입에 뿌려

전광훈 “야외 집회 안전” 주장

“인터콥, 백신 음모론 퍼뜨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일부 목회자들의 비과학적인 주장이 신도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신도수로는 한국에서 최대 규모로 꼽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담임 이영훈 목사가 코로나19로부터 몸을 지켜준다는 이른바 ‘코로나 바이러스 카드’를 모든 신도들에게 나눠주려다 파장이 커지자 급하게 이를 중단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본지가 입수한 지난 3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설교에 따르면 이영훈 목사는 “연세대의 한 교수가 개발한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고, 걸려도 빨리 낫는다”며 전 신도들에게 이 카드를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선언했다.

이 목사는 “카드에서 3D 파장이 나오기 때문에 여태까지 이 카드를 가진 사람 중에 한 사람도 환자가 안 나왔다. 걸린 사람도 속히 치유가 됐다”며 “그래서 가족 수대로 아이들까지 다 하나씩 드릴 테니 받으라”고 말했다. 당시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카드에 대해 의심하지 말라는 뉘앙스의 말도 했다. 이 목사는 “종이 한 장에 무슨 역사가 나타나겠나 의심하지 말라”며 “갖고만 있으면 여기서 스스로 파장이 나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또 있는 바이러스도 죽인다”고 했다. 교회의 한 장로가 카드를 전부 구입했으니 보급하는 일만 남았단 계획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 목사가 나눠주겠단 이 카드는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소속 김현원 교수가 최초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에는 16개의 각자 격자무늬 타일 위에 ‘ANTI-COVID19’ 한자 유(癒, 병 나을유) 등 글자가 쓰여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디지털3D 파동이 COVID-19를 해결한다’란 제목의 책을 통해 이 카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에선 ‘디지털 3D 파동이 코로나19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3D 파동이 담긴 이 카드를 갖고 있으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확진자도 치료할 수 있단 내용이 담겨있다.

문제는 이 카드의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단 것이다. 앞서 김 교수는 지난 2010년에도 자신이 개발한 물을 마시면 항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생명수’란 이름을 달고 이를 판매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결국 경찰에 붙잡혀 2016년 1월 사기·의료기기법·식품위생법·화장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비과학적인 카드가 교회 안에서 소개된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에서조차 “목사님 말이라면 철석같이 신뢰하는 신도들인데 왜 이런 비상식적인 행보를 하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이영훈 목사의 설교 모습. (출처:유튜브 캡처)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이영훈 목사의 설교 모습. (출처:유튜브 캡처)

이러한 비난이 확산하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부랴부랴 카드 배포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교회는 5일 배포한 해명 자료를 통해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이 안 된 상황에서 깊이 검토하지 못하고 소개하는 바람에 성도들과 일부 언론, 기관으로부터 문의가 잇따라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었음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같은 우려와 염려를 해소하기 위해 신청하는 성도들에게 나눠주려던 계획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코로나19 카드 해프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빠진 교회에 대한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이런 사실을 접한 네티즌 사이에선 “교회가 갈때까지 갔구나” “중세시대 면죄부가 생각난다 어쩐지 퇴보하는 기분” 등 반응이 쏟아졌다. 

사실 목회자들이 잘못된 코로나19 방역 정보로 신도들에게 혼란을 야기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은혜의강교회 사례가 있는데,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초반이던 3월 당시 “소금물이 바이러스 소독에 좋다더라”는 잘못된 정보로 예배 직전 분무기로 135명 신도들의 입에 소금물을 뿌렸다. 이 과정에서 분무기를 소독도 하지 않은채 분사했고 결국 이로 인해 교회에서 6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또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자 사랑제일교회 담임 전광훈 목사는 지난해 8월 “외부 집회는 코로나로부터 안전하다”며 수천명이 모인 야외 집회를 강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안전하지 않았다. 이후 전 목사 자신은 물론 발언에 나선 연사까지 500여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이날 단에 오른 한 목사는 코로나19에 감염, 결국 목숨까지 잃었다.

뿐만 아니다. 수백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BTJ열방센터를 운영하는 선교단체 인터콥 역시 코로나19 발생을 교리적으로 설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진용식 목사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빌 게이츠의 프로젝트이며 백신을 맞으면 666짐승표(베리칩)를 맞는다는 음모론까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IM선교회 역시 방역수칙을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다가 확진자를 배출했다. 특히 IM선교회 지도자의 의학적 상식에 어긋난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MBC 등이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IM선교회 창립자 마이클 조 선교사는 “방학 때 2000명을 모아 수련회를 해 내가 슈퍼 확진자가 돼야 하는 상황인데 한명도 걸리지 않았다” “하나님은 저희를 과학적으로 지켜주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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