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족의 대명절인 설 풍속도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2.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족의 대명절인 설 풍속도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2.9

 

다시 찾은 우리 민족 고유의 ‘설’

설의 유래… 낯설다․근신한다 등

설날 하면 안 되는 금기도 있어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오늘(12일)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이다.

설은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을 일컫는 말로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중 하나다.

설은 설날, 원일(元日), 원단(元旦), 원정(元正), 원신(元新), 원조(元朝), 정조(正朝), 세수(歲首), 세초(歲初), 연두(年頭), 연수(年首), 연시(年始)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한 해의 첫날을 뜻한다.

이외에도 신일(愼日), 달도(怛忉)로도 불리는데 근신하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흔히 음력 1월 1일을 구정(舊正)으로 부르는데 이는 양력 1월 1일 신정(新正)의 상대적 개념으로, 이 말에는 설을 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설’이라는 이름의 유래로는 ‘새로 온 날이 낯설다’의 ‘낯설다’의 어근인 ‘설다’에서 온 것이라는 설(說)과 한 해가 새롭게 열리는 날을 의미하는 ‘선날’이 연음화돼 설날로 바뀌었다고 보는 설, 자중하고 근신한다는 의미의 옛말인 ‘섦다’에서 왔다고 보는 설 등이 있다.

한편에서는 ‘설’이란 용어를 나이를 헤아리는 말로 해석하기도 한다.

 

설날 대표적인 명절 음식인 떡국에는 쇠고기나 닭고기를 넣는데 원래는 꿩고기를 넣었다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2.9
설날 대표적인 명절 음식인 떡국에는 쇠고기나 닭고기를 넣는데 원래는 꿩고기를 넣었다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2.9

‘구정’ 대신 ‘설날’로

우리 민족은 설날, 한식, 단오, 한가위를 민족의 4대 명절로 지켜왔다. 언제부터 설을 큰 명절로 지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순 없지만 ‘수서’를 비롯한 중국의 사서들에 보면 “신라인들이 설날 아침에 서로 인사하며 임금이 신하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고 이날 일월신을 배례(拜禮, 절 하는 예)한다”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그 기원이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고려사’에는 설을 구대속절(九大俗節)의 하나로 기록하고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한식, 단오, 한가위와 함께 설을 4대 명절의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기록에 나온 ‘설’은 태음력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우리 민족의 수난기인 일제강점기에 일제는 양력설만을 공휴일로 정하는가 하면, 언론을 이용해 양력설과 음력설을 동시에 쇠는 것을 이중과세라고 간주하기도 했다.

1936년 조선총독부는 ‘조선의 향토오락’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우리말, 우리글은 물론 우리의 성과 이름까지 빼앗는 등 민족말살정책을 폈다. 한마디로 일제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말살시키기 위해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을 구정이란 말로 격하시킨 것이다.

일제는 우리 민족이 음력설을 쇠지 못하도록 1주일 전부터 방앗간 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양략설을 쇠게 했다.

광복 후 1989년까지만 해도 양력 1월 1일부터 3일간을 공휴일로 지켰으며, 이에 비해 음력설인 우리 민족 고유의 설은 단 하루만 공휴일로 지정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민은 음력설을 지켜왔고, 이에 정부는 1989년 2월 1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수정해 설날인 음력 1월 1일을 전후한 3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동시에 명칭도 ‘설날’로 복원했다.

이후 1999년부터는 1월 1일 하루만 휴일로 지내고 있으며, 명칭도 신정이라는 표현 대신 ‘1월 1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윷놀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어울려 할 수 있는 놀이로 정초의 가장 보편적인 놀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2.9
윷놀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어울려 할 수 있는 놀이로 정초의 가장 보편적인 놀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2.9

설날 놀이와 금기사항

설에 주로 하는 놀이로는 연날리기가 있다. 연날리기는 섣달그믐(음력 12월 30일경)부터 시작해 대보름까지 즐긴다. 이때 보름날의 연은 액연(厄鳶)이라고 해 멀리 날려 보내는 것이 특징이며, 보름날 이후에는 연을 날리지 않는다.

집 안팎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놀이로는 ‘윷놀이’가 있다. 윷놀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어울려 할 수 있는 놀이로 정초의 가장 보편적인 놀이로 자리 잡았다.

윷은 척사(擲柶) 또는 사희(柶戱)로도 불린다. 종류에는 장작윷, 밤윷 등 두 종류가 있으며, 관서나 관북 지방에서는 콩윷(팥윷)이라 해서 검정콩이나 팥알 2개를 쪼개 4개로 만들어 놀기도 한다.

윷점이라고 해서 윷으로 한해의 운수를 점치기도 한다. 이외에도 널뛰기, 승경놀이, 돈치기 등이 있다.

한편 설날 대표적인 명절 음식인 떡국에는 쇠고기나 닭고기를 넣는데 원래는 꿩고기를 넣었다고 한다. 이는 구하기 어려운 꿩고기 대신 상대적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닭고기를 넣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나왔다는 설이 있다.

금기시되는 행동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설날에 바느질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손에 가시가 들기 때문(손독으로 덧남)” “곡식 뿌리가 삭기 때문” “저승에 가서 홀어머니가 되기 때문” 등이 있다.

또 설날에 문을 바르면 안 된다는 것도 있는데 이는 “단순히 재수가 없기 때문” “재수 구멍, 돈 구멍을 막기 때문” “복이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 등의 이유가 있다.

이외에도 지역별로 금기시되는 행동으로 “늦잠 자지 않기(제주도)” “머리 감지 않기(경기 김포, 의왕)” “새벽에 물 길어오지 않기(전북 진안)” “성냥 사지 않기(경기 이천)” 등이 있다.

우리 민족 대대로 내려오며 지키던 큰 명절 ‘설’. 지금은 그 풍속이나 풍습, 문화가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사라진 것도 있지만, 설날이면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설날을 전후에 성묘하는 풍속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또한 민족의 대명절이라 하며 떨어져 있던 가족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명절 음식을 먹으며 덕담을 나누는 문화는 변하지 않고 있다.

비록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그리운 가족을 한자리에서 만나기 어렵지만, 가족을 생각하고 서로의 평안을 위해 덕담을 건네는 그 마음만은 잊지 않고 더욱 풍족해지는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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