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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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경제계의 지속적인 호소와 만류에도 산업재해 시 기업과 경영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했다. 이 법률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공정경제 3법’과 노조법을 개정했다. 경제계에서는 잇단 규제 폭탄에 우리나라에서는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우리 기업의 ‘탈(脫)한국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법은 산재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법인이나 기관에 대해서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국회는 법안의 여파를 감안,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는 산업재해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후 법이 적용하도록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제계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만, 경영책임자와 원 청이 그 역할과 관리범위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한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등 세계 최대의 가혹한 처벌을 하는 위헌적 법이 됐다”고 우려한다.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산재의 모든 책임을 기업에 지우고 과도한 형량을 부과하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21대 국회에서 처리됐거나 제출된 반(反)기업 법안이 200건을 넘는다고 한다. 경제계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더 만들어질수록 국내기업의 해외 탈주는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과,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절감에 따른 원가 경쟁력 증대, 국내보다 적은 규제 등 여러 요인으로 해외로 나간다. 특히 기업 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정부입법도 문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정부 입법을 통해 신설 또는 강화된 규제가 총 1510건으로 전년 대비 55.0% 늘어났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규제 건수는 2012년 1598건 이후 최다다. 문제는 해당 규제 중 96.4%인 1456건이 비 중요 규제로 분류돼 규제개혁위원회 본 심사를 아예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는 국내보다 해외 투자에 더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아울러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나라의 산업수준과 산업구조로 감당해낼 수 없는 세계 최고수준의 노동·안전·환경 규제가 가해질 경우 우리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고, 결국 고용과 투자 등 실물경제 기반도 약화되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제계의 말대로 경제 전반에서 글로벌 규제 순위는 지속해서 치솟고 노동시장 효율성은 뒷걸음치며 생산성 향상은 뒷전이고 기득권과 떼법이 강화되는 경영환경 속에서 혁신은 언감생심이다.

코로나19 사태 등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선제적인 투자와 혁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반(反)기업 규제 정책을 고집하면서 선도형 경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반(反)기업 법안으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경제 충격에 대한 해법으로 ‘리쇼어링’을 제시했지만 오히려 오프쇼어링 현상이 나타날까 우려된다. 정부와 여당은 국내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계 이야기를 경청해 ‘집토끼’부터 지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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