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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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초 취임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임기가 1개월 남짓 남았다. 이 대표가 202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현행 민주당 당헌에 따라 1년 전인 3월 9일 이전에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취임 초기만 해도 대권과 당권을 거머쥔 여당 내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지지율에서 같은 당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크게 밀리고 때로는 야권 후보자로 대두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호전세를 보이고 있지 않으니 이 대표 자신으로서는 더 분발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 하겠다.

그러한 입장인 이낙연 대표는 판세를 뒤엎으려 당 대표 이점을 살려 정부와 보조를 맞추면서 당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대표가 주장했던 내용들은 번번이 친문세력 등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그 좋은 예가 박근혜, 이명박 두 전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 제기다. 국민화합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여당 내 반발을 불러일으켜 불발됐고, 지난주에는 민주당의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소추를 적극 지지하면서 탄핵 의결에 이르렀으나 ‘법원 길들이기’라는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야당과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게 어디 그뿐이겠는가. 지난주에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당론으로 하고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장담했다. 국회 내부와 정부에서도 ‘언론 징벌적 손배’는 이견이 나오고 학계나 전문가들이 나서서 자칫하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위험이 발상하고 민주주의의 주요 제도인 자유언론을 해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으나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언론인 출신으로 언론의 순기능 못지않게 악기능 내지 역기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당 지도부 회의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는 사회 혼란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반(反)사회적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마련한 언론 개혁 법안을 차질 없이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는데, 이에 따라 민주당 미디어 언론 상생 태스크포스(TF)에서는 가짜 뉴스 등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만든바 있다. 강력한 ‘언론 개혁’ 드라이브다.

지금처럼 유․무형 언론사와 사이비 언론들이 판치는 현실에서 사회 불신을 야기하는 ‘가짜 뉴스’를 없애는 것은 당연하고 급선무라 하겠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현재에도 민법상 손해배상, 형법상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되는 관계로 우리헌법이 정하고 있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다분히 존재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발본색원하되 자유언론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야당과 충분히 상의해야 하건만 정부·여당에 불리하면 ‘가짜 뉴스’라고 주장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강제적인 언론 위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소위 ‘저널니즘(journalism)’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되고 신장돼야한다. 활자나 전파를 매체로 하는 보도(報道)나 그 밖의 전달 활동, 또는 그 사업을 말하는 ‘저널니즘(journalism)’은 신문과 잡지 등 출판물이 일반화된 19세기 중반 무렵부터 정착화 돼 왔다. 저널리즘의 어원이 된 라틴어의 ‘나날의 간행물’을 의미하는 ‘diurna’에서 유래됐다는 점에서 볼 때 그 주축은 아무래도 정기적으로 발간되는 간행물이라 할 것인바, 이러한 언론매체들은 대중전달 활동의 파급 효과가 크기에 민주주의국가에서 활발히 전개돼왔던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오늘날 언론은 국가행정의 3부(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외 ‘제4부’로 일컬어질 만큼 눈부시게 성장해왔고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짜뉴스 등이 얽혀 혼란을 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실체적 사실에 입각하지 아니한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에 대해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은 필요하다고 해도 민주당이 만든 언론에 대한 과잉 입법 ‘언론 징벌적 손배’ 제도 안에 대해서는 야당과 시민단체와 언론사 협의회 대표, 그리고 국민공청회를 거 쳐야 함은 권력을 비판하는 제4부로서의 권능 보호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할 것이다.

아무리 언론인 출신으로서 언론 명암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고 해도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본질을 훼손하면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발전사를 볼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언론 발전을 위해 헌신하거나 희생하였던가. 지금 우리국민들은 정부․여당에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는 언론에 대해 싫증내고 있다. 그러니 당대표 임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번갯불에 콩 볶아먹기’식 언론 개혁은 국가․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자신에게도 독이 될 것이다. 우리속담처럼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뜻을 잘 음미해보고 순간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지도자로서 근본임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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