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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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60세 어른을 보면 인생을 마무리할 나이로 알았다. 막상 필자가 60세가 되니 어른이란 말을 하기 민망할 정도로 정신이 40대쯤에 머물러 있다.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치르며 장수를 축하하던 풍습도 사라졌다. 올해 모친 연세가 92세인데 1년 병원비를 30만 원 정도밖에 안 쓴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실감한다. 준비를 잘한 사람에게는 100세가 축복이지만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는 100세 시대는 또 다른 고통이다.

우린 100세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100세 시대에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올해 102세의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 김 교수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으로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해라, 항상 공부하고 무엇이든 배워라”라고 한다. 돈이나 권력, 명예만 좇는 사람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소유욕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작은집이라도 가진 소박한 행복을 못 느끼고, 수십억으로 뛴 강남 집값을 부러워하며 자신은 불행하고 운이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선물이라도 받으면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하지만, 자신을 무시해 작은 선물을 줬다고 생각하면 끝없이 불행해진다.

자기만 우선하는 이기적인 사람도 행복할 수 없다. 이런 사람은 늘 자신이 가장 많이 먹고,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장 많은 걸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한사람이 모든 걸 누리게 하지 않으니 행복한 횟수는 줄어들고 “불행하다”라는 불평은 늘어난다. 내가 가진 것을 타인에게 먼저 양보하고 나눠주는 마음인 이타심은 아예 머릿속에 없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기본으로 갖춰야 할 이타심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물질이 풍족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늘 공허함을 느낀다. 물질을 통제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물질을 갖는 게 나쁘지 않지만, 그런 마음이 없다면 물질보다는 마음이라도 갖는 게 행복하다.

이타적인 사람은 내가 받는 것보다 남에게 주는 행동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 필자는 32년의 공직을 마치고 공무원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걸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가진 일부라도 사회에 기부하거나 소소한 나눔을 하려고 노력한다. 나눌 때 행복이 가장 오래간다. 명예퇴직할 때 8명의 학생에게 20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나온 일, 이장을 하며 1년 치 이장 수당 240만원을 지자체에 장학금으로 기부한 일, 매월 3만원씩 사랑의 열매에 기부하는 일 등이 그나마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 여긴다. 올해는 남양주시 우수 기자로 받은 상금 20만원에 30만원을 더해 50만원을 코로나19 퇴치와 싸우는 남양주시 보건소에 핫팩을 구매해 기증했다. 지난 1년간 사회에 진 빚을 아주 조금 갚은 기분이다. 욕심이 많으면 절대로 나눌 수 없다. 위보다는 아래를 보는 눈을 가져야 비로소 나눔의 마음이 생긴다.

항상 만나면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멀리해야 그나마 내 정신건강도 지킬 수 있다. 자그마한 손해나 불평에도 늘 짜증을 내는 사람은 가진 그릇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흡연, 고성, 층간소음, 신호 위반, 폭력, 폭언으로 주변에 피해를 주는 사람은 올바른 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신을 바르게 가지려면 책을 읽던지, 공부하든지, 배우든지, 글을 쓰든지 해야 한다. 올바른 정신을 가져야 그릇이 커져 올바른 언행이 나온다.

60세를 넘긴 노인들을 대중교통이나 길거리에서 많이 만난다. 그들의 언행을 보면 젊은 시절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보인다. 나이 들어 갑자기 꼰대가 되고 나쁜 언행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쁜 젊은이가 나이 들어 저절로 나쁜 노인이 된 경우가 많다. 어른 행세하려 하지 않아도 열심히 살다 노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젊은 시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노인은 품위와 중후함을 지니고 산다.

올해 60세가 된 기념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했다. 20여 일간 학원에서 젊은이들과 열심히 실습하고 공부한 덕분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계속 활동하고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들고, 독서와 글쓰기로 정신세계도 맑게 만들어야 한다. 내 마음의 그릇을 키워 타인의 행동과 말을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 꼰대가 되지 않는다. 돈이 많다고 학력이 높다고 직업이 좋다고 어른 대접받는 게 절대 아니다. 100세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며 자신을 가꾸며 사는 노인의 눈에서는 부드러움과 선함이 묻어난다.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 진정한 어른이 된 것이다. 좋은 어른이 많아져야 좋은 젊은이가 본을 받고, 이들이 나이 들어 다시 좋은 어른이 돼야 살기 좋은 사회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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