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곳간] 설날 ‘떡국’ 먹고 무병장수할까
[문화곳간] 설날 ‘떡국’ 먹고 무병장수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날 떡국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2.8
설날 떡국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2.8

삼국시대 전 떡 만들어진 듯
조선 이후부터 종류 다양해
 

가래떡 ‘순수·장수’를 의미
부자 되라고 엽전처럼 썰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예로부터 설날은 우리 민족에게 아주 큰 명절이었다. 조상 숭배와 효(孝) 사상을 중시했고, 조상신과 자손이 함께하는 신성한 날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현대화가 되면서 옛 풍습이 조금씩 달려져갔지만 가족 친지와 함께 하고자하는 마음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설날 풍습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역시 ‘먹거리’다. 그 중 하나가 ‘떡’이겠다. 생각해보니 백설기, 꿀떡, 망개떡, 절편 등 떡 종류가 참 다양하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 조상들은 떡을 먹었고, 설날에 먹는 떡국에는 어떤 의미가 담긴 걸까.

◆역사 속 떡 이야기

떡은 농경문화가 정착한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전통 음식이다. 보통 곡식을 내어 찌거나 삶거나 기름으로 지져서 만든 음식을 통틀어 떡이라고 불렀다. 쌀이 주재료이긴 하나 감자녹말이나 다른 곡물도 사용했다.

떡은 삼국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청동기 시대 유물 중 양쪽에 손잡이가 있고 바닥에 여러 개의 구멍이 있는 시루가 출토됐다. 또 고구려 시대 무덤 벽화에는 시루에 무엇인가를 찌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는데, 한 아낙이 오른손으로 큰 주걱을 들고 왼손의 젓가락으로 시루 안의 것이 잘 익었는지 찔러보고 있다. 당시 재배됐던 곡물 중 갈돌 등에 갈아 시루에 찐 것으로 보아 ‘떡’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 ‘삼국유사’에는 유리왕과 석탈해가 떡을 깨물어 이 자국이 더 많은 사람이 왕 위에 올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동천왕의 어머니 후녀가 주퉁촌까지 달아난 돼지를 떡으로 꾀어 잡았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에는 쌀이 귀해서 지배층에서만 떡을 먹었다. 그러다 점차 쌀 생산량이 늘면서 백성에게도 사랑받는다. 명절이나 관혼상제 등 잔치에서도 떡을 지어 올렸다. 조선시대에는 잡곡, 콩류, 견과류, 과일 등의 부재료를 넣어 다양한 맛과 색을 가진 떡이 만들어졌다.

◆떡국 먹으면 한 살 더 먹나

‘떡국차례’라는 말이 있다. 설날에 밥 대신 떡국을 올리는 데 차례를 지낸 후 가족이 함께 음식을 나눠 먹었다. 그리고 아침에 부모님과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며 새해를 맞이했다. 또한 새해에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서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각했다. 떡 가락이 흰 것은 ‘순수’, 모양이 긴 것은 ‘장수’를 의미하고 있었기에 새해 첫 음식으로 떡국만 한 것이 없었다. 떡을 엽전처럼 둥글납작하게 써는 것은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떡국은 문헌 속에도 기록돼 있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찐 멥쌀가루를 떡메로 쳐서 길게 뽑은 떡을 엽전 모양으로 썰어 국에 넣고 꿩고기를 곁들여 끓였다’고 기록돼 있다. 이로 보아 조리법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백설기’도 장수를 의미하는 떡이다. 햅쌀로 정성스레 지어낸 흰 빛깔(白)의 떡은 태어난 아기가 아프지 말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수수팥떡’도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뜻이 담겼는데,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10살까지 생일상에 올렸다고 한다.

◆떡에 인생을 담다

생각해보면 떡에 대한 속담도 참 많다. ‘남의 손의 떡은 커 보인다’라는 것은 제 것보다 더 좋아 보인다는 뜻이다.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것은 상대방은 생각지도 않는데 미리부터 다 된 줄로 알고 행동한다는 말이다. ‘가는 떡이 커야 오는 떡이 크다’는 것은 남에게 좋은 말과 행동을 해야 남도 자기에게 좋게 한다는 말이다. 값이 싼 물건은 그만큼 질이 나쁘다는 뜻의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는 참 유명한 속담이다. 어린 시절 즐겨듣던 고전동화에는 호랑이 한 마리가 나오는데, 떡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실제로 호랑이는 육식동물이니 떡을 던진다고 쳐다나 보겠는가. 그래도 동화 속에서 동물의 왕인 호랑이가 떡을 원한 걸 보니 예전에는 떡의 가치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긴긴 세월 우리 내 인생과 함께한 떡. 참으로 장수할 수 있는 떡이 있다면, 그 떡 한 조각 먹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천지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00902
  • 등록일자 : 2009년 7월 1일
  • 제호 : 천지일보
  • 발행·편집인 : 이상면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89길 31 코레일유통 빌딩 3~5층
  • 발행일자 : 2009년 9월 1일
  • 전화번호 : 1644-753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금중
  • 사업자등록번호 : 106-86-65571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13-서울용산-00392
  • 대표자 : 이상면
  • 「열린보도원칙」 천지일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강은영 02-1644-7533 newscj@newscj.com
  • Copyright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cj@newscj.com  ND소프트
인터넷신문위원회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