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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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효율성이라는 말을 쓴다. 비용 대비 산출에 근거를 두고 효율성의 정도를 따진다. 사회학에서는 같은 경제 원리를 말하지만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말 대신 합리성(rationality)이란 말을 쓴다. 그리고 역사적 추적과정을 합리화 과정(rationalization)이란 용어로 풀이한다.

에너지 수급의 경제적 합리화의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의미가 있다. 에너지 산업, 즉 원전, 화석, 신재생 등 에너지 산업 여러 요소를 두고, 거시적․역동적으로 합리성을 찾아보자. 지금 청와대가 이들 수급의 정책과정에서 합리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에너지 산업에서 자유의지, 독립정신, 과학정신 그리고 정보에 바탕을 둔 합리성을 따질 필요가 있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21.01.29)은 〈상상 넘어선 기업 합종연횡… ‘창조적 혁신’ 기대한다〉라고 한다. 그 내용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과감한 도전에 나서 주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속에 세계 경제계가 움츠러든 상황에서도 오히려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위기를 기회 삼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세계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창의성과 역동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청와대가 북한에 원전건설계획에 관한 산업부 자료 17개를 삭제한 것에 대해 말이 많다. 산업부는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김아사·이정구 조선일보 기자(2021.02.03.) 기사 ‘靑 에너지 TF가 월성 폐쇄 주도’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담당 공무원들이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서 당시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이 팀장으로 있던 청와대 에너지정책 TF(태스크 포스)와 긴밀히 협의하고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2일 전해졌다. 청와대 TF에는 당시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과 채희봉 산업정책비서관도 참여했다고 한다”라고 했다.

청와대가 脫원전산업을 이념과 코드로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이 판명된 것이다. 의사결정과정이 합리적일 수 없다. 지금 국내 에너지 수급은 ‘화석 60%, 원전 30%, 신재생 에너지 10%를 차지한다. 정부는 원전 30%를 곧 38.3GW에서 2030년까지 20.4GW로 감소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손양훈 인천대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2019.02.14)는 “2016년 1월 90.8% 가동률을 2018년 3월 54.8%로 줄였다”라고 했다. 청와대가 앞서 에너지원을 통제하고 있다.

베버(Max Weber)J는 원래 합리성을 ‘이 세상에서의 구원’(inner worldly salvation)을 이야기했다(Gerth and Mills, 1946, p.347). 자신의 자유의지를 최대한 줄이고, 시장상황(market situation) 안에서 합리성을 찾는다. 脫원전으로 말썽이 난 북한은 에너지 수급(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의 경제학이 국내 시장상황과 전혀 다르다. 이 계획은 시장의 상황을 가능한 제약시키고, 행위자의 자유의지를 억제하고, 과학적 정신과 정보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엉뚱한 이념과 코드 잣대로 판단기준을 삼았다.

위정자는 그 코드에 의해 무오류의 지도자가 ‘우리민족끼리’라는 잣대로 미디어를 통해 선전, 선동하도록 한다. 북한과 이들 군상은 지금까지 경제성의 원전을 택하는 대신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물론 청와대가 북한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려고 해도, 안보리 제재, 국제 규약 등에 따라야 한다. 이 결정은 ‘우리끼리’의 선을 넘어선 것이다. 더욱이 특허권 논쟁으로 국제사업재판소로 가면 원천기술 문제로 난항을 겪게 된다. 여기서 합리성은 두 개의 차원을 다룬다. 형식적&실제적 합리성(formal& substantive rationality)으로 나눈다(pp, 220∼1). 전자는 법적으로 인정하고, 관리 형식에 정당한 합리성 그리고 사실성의 문제 등이나, 후자는 구체적 예증, 인사, 악마의 디테일 등에 관한 실제 복잡한 문제이다. 양자는 충돌하면서 합리성을 찾아간다.

이념과 코드에 의존하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개입으로 환경의 문제를 처리하기에 난제가 쌓여간다. 청와대가 북한․중국에 에너지 주권을 넘겨주고, 환경단체는 원자력 발전소가 환경을 오염시키며, 위험한 기구로 간주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그 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부품 공급 확보 등이 오히려 그 산업 자체를 더욱 위험한 수준으로 몰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줄기차게 脫원전을 이야기해왔으나, 탈원전 이후 지속가능한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태양광, 풍력, 해상풍력, 지열, 바이오, 해양에너지 등(손양훈 교수, 바른사회TV, 2021.02.03)을 이야기하지만 이번 환절기에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하는 에너지 비율은 고작 1% 정도이다. 이 위기의 상황에서 청와대는 탄소중립계획(2020년 10월 28일 국회시정연설에서 시작)으로 사회를 재편한다고 한다.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려면 화석에너지를 제외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데, 태양광과 풍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원자력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청와대는 경제 외생변수를 끌고 와 탈원전을 주장한다.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은 이념과 코드로 밖에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는 형식적&실천적 합리성의 경제원리와 거리가 멀다.

북한과의 관계로 원자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자. 고두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01.31)은 ‘그 많던 北 전기 어디로 갔나’에서 “1945년 광복 당시 발전소의 90%가 북쪽에 몰려 있었다. 일제가 건설한 수풍댐 등 압록강 일대의 수력발전만으로 한반도에 필요한 전력의 85%를 충당했다… 남북한의 발전량이 역전된 것은 1975년부터다. 이후 남북 격차는 갈수록 커졌다”고 했다. 그게 경수로 고리1호 발전소(1978.7), 중수로 월성1호(1983.4) 원자력 발전소가 생기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또한 고두현 논설위원은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의 총 발전설비 용량은 8150MW로, 남한(12만 5338MW)의 6.5%에 불과했다”라고 했다. 이런 합리화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청와대가 국내 원자력을 폐쇄시키고 에너지 주권을 북한에 넘겨주려고 한다. 이는 에너지 수급 경제학을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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