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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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비가 촉촉이 내리는 봄이 그리워지면 하늘을 빼꼼히 올려다본다. 하늘도 보고 싶고 비도 즐기고 싶지만 비를 맞고 싶지는 않다. 집에서 숨은 감성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 한옥의 대청마루에 앉아서 마당을 내려다보는 느낌은 아닐까? 선선한 산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를 맞을 수 있는 곳, 대청마루.

그런 곳이 집안에 있으면 좋겠다. 그곳이 혹시 거실 앞 처마 밑은 아닐까?

길쭉하게 집의 일부가 뻗어 나와서 하늘을 대충 가리고 있고 얼굴을 내밀면 넓은 하늘을 맘껏 볼 수 있는 곳 처마 또는 캐노피라고 하는 그런 하늘 가리개가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처마는 집의 화룡점정이다. 집 짓는 데 고민이 많은데 더 해도 나쁘지 않고 빼도 큰 지장이 없으면 해도 무방해서 설치 해 볼 만하다. 태양 볕도 가리고 비도 피하고 시선도 차단하고 그 정도면 캐노피의 기능을 충분히 하는 것이다.

땅에서 건축물의 규모는 건축면적과 연면적 그리고 층수로 크게 구분을 하는데 이는 건축면적 이상 땅을 점유할 수 없고 정해진 바닥면적 이상의 규모를 지을 수 없다는 말이고 이때 처마는 카멜레온처럼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요소다. 건축면적이 여유가 있으면 길게 설치할 수도 있고 면적에 여유가 없으면 조금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웃집과의 대지 이격 거리 내에 붙이기 곤란하고 건축면적 예외를 벗어나서 더 크게 만들면 전체 바닥면적에 포함되니 공사비에 불리하다.

애매하지만 아이템은 면적 산정 방식 앞에서는 제한이 많다. 캐노피를 꼭 설치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건축면적과 연면적에 산정 안 될 때는 그냥 공짜로 받는 좋은 아이템으로만 느껴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넉넉하게 설치하지 못할 때는 이내 포기하기 쉽고 기억에서 지워야 될 아이템이다. 그래서 캐노피는 공사 중에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더러 있고 화룡점정을 잘 못 찍으면 그림을 망치듯이 건물을 망치게 되는 주범이 된다. 그때 신경 못 쓴 것이 집에 살면서 내내 아쉬움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여름철 처마가 거창하게 하나 있으면 좋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따가운 태양광에서 피하게 해 줄 텐데…

사소한 것도 챙겨서 만들면 집짓기의 만족도를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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