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연제구 시의회 의원회관 외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설 연휴 거리두기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부산 연제구 시의회 의원회관 외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설 연휴 거리두기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출처: 연합뉴스)

“‘내려오지마라’가 명절인사”

명절 상차림 실시간 온라인

차례·세배는 줌(Zoom)으로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설 명절을 맞아 180도 달라진 설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귀성과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가정에선 온라인 실시간 설 상차림·차례·식사·세배까지 ‘방역친화적 명절’을 위한 다양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무후무한 설 명절을 맞이한 주부들은 어떻게 명절을 준비하고 있을까. 강원도 영월에 사는 손미영(가명, 50대, 여)씨는 자녀와 친인척들에게 “이번 설엔 절대 집에 내려오지 마라”고 미리 안부 인사를 전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설 인사가 ‘새해 복 많이 받으라’가 아니라 ‘집에 내려오지 마라’가 됐다”며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됐는지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설 기간까지 연장되면서 이웃 간에도 서로 눈치를 보게 됐다는 손씨는 “사람을 집에 들이는 일이 가장 무서운 일이 됐다”면서 “이 집이고 저 집이고 ‘사람이 모였다’하면 신고가 들어갈까 봐 서로 조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람이 모인 자체가 무섭다기보다는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올까 봐 무서운 것”이라며 “우리도 조심하겠지만 옆집이고 앞집이고 이웃에 사는 누구 한명이라도 걸리면 다 걸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설을 열흘 앞둔 2일 오후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거리두기 여파 등으로 한산하다. (출처: 연합뉴스)
설을 열흘 앞두고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거리두기 여파 등으로 한산하다. (출처: 연합뉴스)

◆선물도 직접 전달 안 해… “큰집서 알아서 찾아가라”

설을 맞아 선물을 교환하는 것도 달라졌다는 손씨는 “예전 같았으면 가족·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물을 나누곤 했는데 이제는 모일 수가 없으니 큰 집에 다 맡겨놓고 알아서 찾아가라고 했다”며 “세배도 친척별로 순번을 정해 차례대로 번갈아 방문하기로 했다. 코로나가 참 많은 걸 바꿔놨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김자연씨(가명, 50대, 여)는 “이번 설엔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로 안부 인사드리고 선물은 택배로, 용돈은 송금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면서 “명절 상차림도 온라인으로 준비해 힘들게 시장에 나갈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설 차례를 5명이 넘지 않는 최소 인원으로 지내기 위해 각자 차례를 지내기로 했고, 음식도 모여서 함께 먹지 않고 곧장 집으로 가져가서 먹을 수 있게 미리 포장했다고 설명했다.

김씨에 따르면 설 명절 차례 후 한 상 차려놓고 둘러 앉아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게 됐고,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어른께 예를 갖춰 올리는 세배도 영상으로 대신하게 됐다. 영상은 주로 영상통화이나 Zoom(화상회의)을 활용해 진행할 계획이다. 세뱃돈도 송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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