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는 “김명수 사퇴하라”, 與는 “몰래 녹음이 탄핵감”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헌재)로 넘어간 가운데, 임성근 부장판사 측의 녹취록 공개로 거짓말이 탄로난 김명수 대법원장을 둘러싼 여야 간 기싸움이 고조되는 흐름이다.

야당은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압박을 가했고, 여당은 법관 탄핵의 정당성을 부각했다.

‘탄핵거래 진상조사단’을 꾸린 국민의힘은 5일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김 대법원장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불발되자, 대법원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후 실랑이를 벌인 끝에 김 대법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조사단 단장을 맡은 김기현 의원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법원장의 마음이 사퇴 쪽으로 가 있지 않은 걸 확인했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진상조사를 계속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거짓말쟁이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권위와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다”면서 “대법원장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당내에서 일고 있는 김 대법원장 탄핵안에 대해선 신중함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부결될 게 뻔해 김 대법원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명분만 줄 것이어서 의미가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면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임 부장판사가 녹음을 한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전재수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녹취록을 공개한 건 우리 사회가 허용한 범위를 완전히 넘어선 일”이라며 “임 판사의 위헌적 행위만이 아니라, 인성이나 인격도 탄핵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재판에 개입한 법관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시킨 데 대해 의미를 부였다.

이낙연 대표는 “견제와 균형의 원칙 아래 삼권분립 민주헌정 체제가 처음으로 작동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 앞 1인 릴레이 시위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따라서 법관 탄핵을 둘러싼 여야 간 냉기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