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에 있는 예수 대성당. 지금껏 미 의회는 1조 달러의 코로나19 구호금을 풀었는데, AP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기관 중 하나인 로마 가톨릭 교회가 이번 구호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를 받았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2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에 있는 예수 대성당. 지금껏 미 의회는 1조 달러의 코로나19 구호금을 풀었는데, AP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기관 중 하나인 로마 가톨릭 교회가 이번 구호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를 받았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의 로마 가톨릭 샬롯 교구는 미 연방정부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구호 프로그램을 통해 80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 이 교구는 작년 봄 교구 본부와 교회, 학교에 대해 약 1억 달러의 현금과 단기 투자를 받은 곳이다. 이들의 자산은 작년 여름까지 1억 1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피터 주기스 주교는 작년 가을 교구 감사 재정보고에 “코로나19 전염병이 초래한 많은 어려움에도 교구의 전반적인 재정 건전성을 보고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침체가 심각한 가운데 이미 수십억의 재산을 소유한 미국 내 로마 가톨릭 교회들이 세금으로 구축된 코로나19 구제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이들 교구의 재산은 오히려 더 늘면서 구제 프로그램이 정작 필요한 사업체와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은 100억 달러(11조 2690억원) 이상의 현금과 기타 자산을 가지고 있었던 미국 112개 로마 가톨릭 교구가 최근 급여 보호 프로그램으로부터 최소 15억 달러(1조 6900억원)를 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통신은 이들 112개 교구의 중앙 사무소가 인터넷에 올린 재무제표를 조사했으며 일부 교구가 가지고 있는 현금, 단기 자산, 신용대출, 부동산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통신에 따르면 전염병이 확산하자 미국 전역의 수많은 가톨릭 교구들이 페이체크 프로텍션 프로그램(PPP, 급여보호 프로그램)을 통해 100억 달러 이상의 현금, 단기 투자 또는 기타 가용 자금 지원을 받았다. 이들 교구 대다수는 헌금이 없더라도 최소 6개월 동안의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금을 보고했다.

일부 교구의 재원은 쉐이크쉑이나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 하우스와 같은 기업의 것과 비슷하거나 이를 능가했다.

이 같은 보고서는 구호 프로그램 초기 신청 사업체들에게 분노를 촉발시켰다. 연방 정부 관리들은 이 구호 기금이 현금과 다른 유동성 재산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고, 이에 많은 회사들은 신청한 자금을 반환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주교와 추기경이 있는 거의 200개의 교구들과 다른 가톨릭 기관들은 최소 30억 달러를 받았다. AP는 로마 가톨릭 교회가 급여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회 관계자들은 그들의 직원이 도움을 받을 만했으며 구호 기금을 받지 않았다면 자선사업을 축소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구호 프로그램을 신청하려면 기금을 받기 전 현금과 다른 자금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수십개의 교구들이 2020년에 발표한 재무제표를 보면 그들의 가용 자원은 대유행 초기 몇 달 동안 건재하거나 오히려 개선됐음을 보여줬다고 AP는 전했다. 이런 재무 현황은 교구가 크든 작든, 도시든 시골이든, 어떤 지역에서든지 상관없이 발견됐다.

켄터키주의 루이빌 대주교구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6월에 끝난 회계연도에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최소 1억 5300만 달러에서 1억 57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들은 “대교구의 운영의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대교구와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 교구 등도 수천만 달러의 급여 보호 기금을 받으며 자산을 증식했다.

일부 교구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40% 이상 줄었고 모금 행사가 취소되는 등 타격을 입어 임금 삭감과 수십명의 해고를 감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여름 미국의 주교들을 조사한 조지타운 대학의 가톨릭 연구원들의 조사에 따르면 이런 조치는 사실상 빈번하진 않았다. 반면 골드만삭스의 조사 결과 소상공인의 42%가 직원이나 급여를 삭감했고 33%가 개인 저축금을 영업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타격은 입은 교구가 더 부유한 교구, 주교 회의, 다른 가톨릭 단체의지원을 받지 않았음에 의문을 나타냈다. 바티칸의 교회법에 따르면 부유한 교구는 가난한 교구를 도와야 하며 실제 그런 사례도 있었다.

의회에서 급여 보호 프로그램 지원 자격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연방 중소기업 대출 프로그램에서는 정부의 도움이 최후의 수단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지원자들은 다른 곳에선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대출 상황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의회는 빠른 승인을 위해 이런 증명을 이번 프로그램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이에 대출 조건은 신청자들의 필요성 주장으로 결정됐다.

미국 교구들은 자신들을 급여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로비를 벌였고, 500명 이상의 직원을 소유한 단체는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지원 자격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가톨릭 전체 단체들을 합하면 이들은 적어도 30억 달러를 구호 기금으로 모았는데 이는 침례교, 루터교, 감리교, 유대교 등 상위 5개 안에 드는 다른 교단의 수령 금액과 맞먹는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가톨릭은 미국 종교 인구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며 개신교와 유대교 신도는 거의 절반에 달한다.

교구 관리들의 압박에도 구호 기금 신청을 거부한 일부 목사도 있었다. 교구의 보복 가능성에 익명으로 인터뷰를 한 이 목사는 다른 교단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고 저축을 했으며,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경비를 삭감하고 저축한 금액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이 구호 기금이 없다면 영원히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가게와 레스토랑에 (지원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에 ‘건전한 도덕적 확신’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원을 받지 않았지만 목사는 교회 운영이 잘 됐다고 평가했다. 교구민들은 새로운 온라인 미사와 다른 홍보 활동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2019년 수준 이상의 기부금도 나왔다는 설명이다.

스티븐 무느신 미 재무부 장관은 종교단체 등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2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기금을 받은 단체에 대해 감사를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보스턴 등 40개 이상의 교구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20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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