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국회 탄핵 문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견제’라는 국민적 명령을 수행하는 절차였다. 과거 두 번의 경우가 있었지만 국회 문턱도 넘지 못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엔 제대로 된 ‘국회의 힘’을 보여 준 것이다. 향후 선출된 권력에 의한 사법부 견제의 파괴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국민의 자존심도 높아지게 된다. 상식 밖의 판결이나 어처구니없는 법관들의 일탈도 이젠 국민의 이름으로 직접 탄핵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임성근 부장판사의 하소연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5월 임 판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에서 탄핵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사표를 받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즉시 해명에 나섰다. 자신은 탄핵 등의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 후 두 사람간의 진실공방까지 벌어지면서 국회 탄핵과 맞물려 정치공방으로 번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임성근 판사가 4일 변호인을 통해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한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김 대법원장이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탄핵하자고 하는데 사표를 수리하면 적절치 않다고 했다. 논리적으로는 김 대법원장 발언도 일리가 있다. 탄핵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사표를 수리해 버리면 이는 탄핵을 막기 위한 ‘봐주기 사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징계 등을 앞둔 상황에서 이를 무력하게 만드는 사표 수리는 공직사회에서도 이미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관인들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판사와의 진실공방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 “(탄핵 등의 발언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판사 개인의 거짓말도 국민에겐 충격으로 다가올 일이다. 하물며 현직 대법원장이 국민 앞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이 또한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어쩌다가 우리 사법부가 이 모양이 됐는지 참담한 심경이다.

현직 대법원장이 초미의 현안에 대해 국민 앞에서 버젓이 거짓말을 하고, 또 그렇게 거짓말을 해도 별일 없이 넘어갈 수 있다면 이건 정말 주권자인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임성근 판사의 탄핵 문제는 그대로 역사에 남기면 될 일이다. 이제 김명수 대법원장이 답해야 한다. 녹취록이 없었다면 끝내 미궁으로 빠질 뻔했던 그 진실공방, 거기서 버젓이 거짓말을 한 데 대한 책임 문제다. 최소한 국민 앞에 사죄를 하고, 사법부 개혁에 더욱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은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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