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자연.이광선 목사 1일 공동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길자연 목사와 이광선 목사가 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11시 종로 5가 기독교연합회관 15층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기총이 31일 밝혔다.

한기총 관계자는 "양측에서 오늘 오후에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면서 "합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물밑 접촉이 있었지만 합의가 잘 안 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구체적인 기자회견 내용은 양측 모두 함구해 합의 내용을 둘러싸고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교계 관계자는 "양측이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길자연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추대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적 개신교계 입장을 대변하는 한기총은 지난 연말 길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했지만 회장 선거에 금품이 오갔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내홍을 겪었다.

특히 한기총 전 회장인 이광선 목사의 금권선거 양심선언은 한기총 사태에 불을 지폈다. 이 목사는 올 2월 한기총의 금권선거를 비판하면서 자신도 돈 선거로 당선됐다고 고백해 파문이 일었다.
이어 지난 3월 말 '한기총 개혁을 위한 범대책위원회' 소속 목사 16명은 길 목사를 상대로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일부 받아들여 길 목사의 대표회장 직무를 정지하고 김 변호사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했다.
김 변호사는 약 한 달간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걸쳐 지난 19일 법원이 허가하면 대표회장 당선자에 대한 인준 여부를 결정할 총회를 다음 달 30일 개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송까지 불사하며 첨예하게 대립한 양측이 총회를 앞두고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이번 사태로 한기총은 물론 한국 개신교계의 권위가 실추될 대로 실추된 데다 일각에서 그 해체 운동까지 벌이는 등 한기총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 이어 지난달 초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한기총을 탈퇴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소속의 경북노회가 '한기총 탈퇴 헌의안'을 채택하는 등 한기총 소속 교단과 단체 사이에서 한기총 탈퇴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 임기는 1년으로, 다음 달 30일 열리는 총회에서 길 목사가 인준을 받는다 해도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근본적인 처방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남 사무국장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한기총과 같은 권력기관이 없어지고 목회자들과 교회가 세상을 섬기고 낮은 자리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한기총 해체는 이런 변화의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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