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전 음성품바축제에서 노숙자와 자원봉사사자를 위해 음성꽃동네에서 축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노숙인에게 전하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
1000여 명 초청… 일자리 특강·법률상담 진행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5월 마지막 토요일 오전 7시부터 서울역 광장 한 편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품바축제’ 글귀가 적힌 관광버스들이 사람만 차면 금방 출발할 듯 대기해있었고 이 차를 타기 위해 노숙인들이 길게 늘어섰다.

역 아무 곳에서 누워 있거나 술 마시는 일이 일상이었던 노숙인들의 이런 행동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다. 몇십 분째 길가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노숙인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큰일났습니다. 차량이 부족하네요. 저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난감합니다.”

차를 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서인지 노숙인 무리 중 일부는 욕설을 서슴지 않고 내뱉으며 여기저기서 “왜 차를 안 태우느냐”며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사장 권성, 인추협)와 서울꽃동네(원장 이해숙)가 공동 주관하는 노숙인 초청 음성품바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노숙인들이었다.

다행히 소동은 주최 측의 발 빠른 대처로 원만히 해결됐다. 인추협 고진광 대표는 “입소문이 나서 예상했던 인원보다 500여 명이 더 왔지만 당장 구할 수 있는 차량은 없어서 안타까웠다”며 “먼저 사과를 했고 이들에게 이번 행사를 통해 전달하려고 했던 나눔 보따리를 챙겨주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나 한바탕 소동은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경기 수도권 지역 노숙인 1000여 명이 초대되고 교사·학부모·학생 봉사자 1000여 명이 자원봉사로 나선 상당한 규모의 행사가 음성꽃동네에서 진행됐다. 인추협과 서울꽃동네 자원 봉사자들은 매주 수, 토요일이면 주먹밥을 만들어 서울역 노숙인 쉼터에서 배식봉사를 해왔다.

이해숙 원장은 “평소 노숙인에게 마음껏 줄 수 없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며 “그래서 음성꽃동네 품바축제 기간에 노숙인을 꽃동네로 초청해 마음껏 대접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음성꽃동네에 미리 도착해 있던 자원봉사자들은 노숙인들이 꽃동네에 속속들이 도착하자 환영의 인사와 박수로 맞이했다.

▲ 28일 오전 음성꽃동네에서 열린 품바축제에서 오웅진 신부가 사랑의 하트를 머리 위로 그리면서 노숙인들에게 “사랑합니다”를 반복해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자신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자 노숙인들의 얼굴은 이내 밝아졌다. 음성꽃동네 창설자인 오웅진 신부는 이날 사랑의 하트를 머리 위로 그리면서 노숙인들이 똑같이 ‘하트 표시’를 할 때까지 ‘사랑합니다’를 반복했다.

특히 이날 행사는 노숙인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푸짐한 음식 나눔의 자리가 펼쳐졌다. 이와 함께 일자리 창출 특강과 일자리·법률·건강관리 상담, 사진전, 이·미용, 수지침 등 다양한 종류의 부스를 설치해 풍성한 잔치를 벌였다.

이번에 자원봉사자로 자원한 김이슬(20, 정화예술대 미용학과 1학년) 씨는 “제가 할 수 있는 분야로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며 “각 분야에서 묵묵히 봉사활동을 해온 분들이 모여서 인지 봉사의 기쁨이 두 배”라고 이번 행사 소감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 말 못했던 억울한 사정이 있는 노숙인이 도움을 청하면 정종식·김중곤 변호사가 상담을 해주는 코너가 자리했었다.

이날 대부분의 상담 내용은 생활보호 여부와 명의를 빌려줘 카드나 대포폰 대금을 대신 지불해야 하는 사기를 당한 일 등이 주를 이뤘다.

김중곤 변호사는 “노숙인을 비롯해 법적·제도 테두리 밖에 있어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이 많다는 것을 피부로 와 닿았다”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지낸다는 김수철(60, 가명) 씨는 “함께 버스를 타지 못했던 친구가 자꾸 생각났다”며 “평소 생각도 못하는 부분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는 자리도 제공돼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 곳곳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나눔을 실천해 1천여 명의 노숙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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