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설립위 해체 요구… 비상총회서 1700여 명 찬성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총장님 나오세요” “설준위를 해체하라” “우리 목소리를 들어라”
서울대 법인화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법인화를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 500여 명이 밤새 대학본부 내 총장실을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3월 말 교직원과 학생들이 대학본부를 점거한 지 두 달만이다.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생들은 30일 오후 10시 10분경부터 대학본부 점거를 시도했다. 본부 1층의 문마다 나무판자까지 대동하며 굳게 닫혀져 있어 학생들은 2층 베란다로 진입해 결국 30분께 본부 안으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일방적인 현재의 서울대 법인화 추진에 찬성할 수 없다”며 “서울대의 미래는 우리 손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윤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법인화 법안이 날치기로 처리된 이후 학교에서 제대로 된 답변 없이 일사천리로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설준위)를 설립해 법인화를 추진해 가고 있다”며 “현재의 설준위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설준위를 해체하고 법인화를 전면 재논의 할 것을 주장하며 학교 측에 대화를 요구했다. 이에 자정께 점거된 본부에 나온 학교 측 관계자는 학생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없었다.

이재영 서울대 교무부처장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며 “총장님께 보고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연천 총장과 주요 보직 교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구체적인 협의안을 찾지 못하자 총학생회는 점거 농성을 계속하고 출근 저지 투쟁을 통해 학교 측과의 대화를 촉구할 방침이다.

이날 학생들이 총장실 점거에 나선 기폭제는 비상총회였다. 오후 5시부터 서울대 아크로 광장에 모이기 시작한 학생들은 서울대 비상총회 성사 조건인 1580명을 넘어선 오후 7시 20분경 ‘법인화 설준위 해체를 위한 행동 여부’를 놓고 표결에 들어갔다.

1810명의 투표 참석자 중 1715명에 달하는 다수가 설준위 해체에 찬성했고 학생회 측은 총장실 점거, 국회 앞 촛불집회, 동맹휴업 3가지 안을 내놨다.

2차 투표에 참여한 학생 1327명 중 1210명이 총장실 점거를 지지하자 서울대 총학생회 주도 하에 총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본부 점거에 나섰다. 1000여 명의 학생들은 4층 총장실까지 점거했고 이들 중 500여 명은 밤샘 농성을 했다. 이날 오연천 총장은 오후 늦게 퇴근한 상태였다.

학생들은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부족한 재정을 등록금 인상 등으로 메울 수 있고, 기초 학문이 고사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현재 정부 측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오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대의 재정 지원을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대학 운영은 정부에 더욱 종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서울대 법인화법이 날치기 통과된 이후 학내 구성원들과 마찰을 빚으며 후유증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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