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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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지하철에서 노인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남자 중학생이 여성 노인의 목을 조르며 넘어뜨리는 폭행 영상과 지하철 노약자석 전체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3명의 중학생을 나무라는 노인에게 시비를 걸며 “쳐봐, 감정기복 ××심해”라고 말하며 대드는 영상이다. 경찰은 이들이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사회적 공분이 일어나자 노인 학대죄를 적용해 법원 소년부로 송치하기로 했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처벌을 면제해주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만13세로 낮추라는 요구가 많지만, 그 정도 처방으로는 청소년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다.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면 부모에게 죄를 대신 묻는 극단적인 제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영상 속 학생들이 직접 촬영해 올린 것으로 알려져 더 충격이다. 이미 촉법소년이라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걸 알고 무용담 삼아 범죄를 저지르고, 자신들의 행위에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온라인상에 스스로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일부러 노약자석에 앉고 시비를 유도해 촬영했다는 합리적인 의심마저 든다. 노인학대 행위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적용해 법이 엄중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 만약 이번 사건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두리뭉실 넘어가면 촉법소년에 의한 제2, 제3의 노인학대가 수시로 일어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노인 폭행은 가정에서는 부모의 권위가 서지 않고, 학교에서는 교권이 추락하고, 핵가족 시대로 조부모 없이 크는 아이들에게서 이미 예견된 행동이다. 필자는 5년 전에 이미 학교에서 교사에게 반항하는 비슷한 유형의 아이들을 수없이 보며 교사의 역할에 한계와 좌절감을 느껴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지금 학교는 교권이 추락해 교사에게 대드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학교에서 통제받지 않고 처벌받지 않은 아이들이 이제 길거리까지 나와 조부모뻘 어른을 폭행하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드러난 것뿐이다. 비단 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지금 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총체적인 문제다.

교육이 국가의 사회 구성원을 양성하는 근본인데 교육자의 탈을 쓴 정치꾼들이 10여 년간 교육계를 장악해 교육에 정치를 덧씌운 결과로 학교가 병들대로 병들었다. 학생인권조례와 전교조 주도의 혁신학교 등 정치편향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이 통제하기 힘든 괴물로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학교가 더 통제력을 상실했으니 아이들이 밖에서 날뛰는 게 정상이다. 이런 상황을 목격해도 촉법소년과 얽혀야 골치만 아프니 누구도 말리거나 훈계하지 않으려 한다. 가정교육과 학교가 살아나고 법이 더 강력해지지 않는 한 앞으로 더 심한 해외토픽감 뉴스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것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꼰대 짓을 한 노인에게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하철을 타면 보고 듣기 민망할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노인을 많이 본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무에게나 반말하고, 전철이 떠나가라 “라떼는 말이야~”라며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전화를 하는 노인을 만나면 내가 더 창피하다. 나이를 품위 있고 점잖게 먹고 깨끗한 옷을 입고 다니면 그 누구도 시비 걸지 않는다. 중후하게 나이 들고 행동해야 한다.

노인이 꼰대 짓을 해도 대부분 그냥 피하고 말지 중학생이 노인을 폭행하는 건 보통 잘못된 인성이 아니고는 힘들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식 기 살린다고 “오냐, 오냐”라며 자기만 아는 아이로 키워 학교를 보낸다. 학교는 학생인권조례로 교사보다 학생의 인권을 우선해 보호한다. 혁신학교 교육으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국가에서는 소년법으로 범죄를 저질러도 훈방조치를 하니 마치 전과처럼 별을 단 듯 일진이 돼 영웅 행세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등골 빠지게 일해 학원 하나 더 보내려고만 하고 제대로 된 부모의 역할에 소홀하면 아이들이 괴물로 자란다.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란 아빠의 질문에 아이가 “좋은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광고를 보면 공감이 간다. 좋은 대학 보내는 것보다, 좋은 사람 만드는 게 더 힘들다. 부모가 좋은 심성을 지닌 사람이면 아이도 좋은 사람으로 자란다. 이제는 효자나 모범생이 아닌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지극히 상식적인 아이로만 키워도 자식 농사가 성공한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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