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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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권유익(開卷有益)이라는 말을 처음 쓴 것으로 알려진 송나라 태종은 ‘권학문(勸學文)’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글 속에 많은 녹봉이 있으니, 평안하게 살려고 좋은 집 세울 것 없다. 글 속에 황금으로 꾸민 집이 있다. 나들이 할 때 종이 없음을 탓하지 말라. 글 속에 수레와 말이 총총히 들어 있다. 글 속에 옥같이 고운 여인도 있다. 사나이가 품은 평생의 뜻을 이루려면 책 속에 온갖 부귀영화가 있으니 독서를 하라.’

그는 재위 기간에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책을 많이 편찬했다. 그 시기에 출간된 소설과 수필집 등이 500여종에 달했으며, 권수로는 1000여권이 넘었다. 이것이 바로 ‘태평어람(太平御覽)’이다. 이 외에도 선대 문인들의 글을 정선해 편찬한 ‘문원정화(文苑精華)’도 천권이 넘었다고 한다. 진종은 새로 편찬된 책을 부지런히 읽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해서 늘 피곤에 지쳐있었다고 한다. 신하들이 염려스러워서 책 읽는 시간을 줄여야 옥체를 보존할 수 있다고 하자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책을 펼치기만 해도 이익이 있소! 짐은 전혀 고생스럽지 않소.”

그래서 책을 펼치면 그 안에 이로움이 있다는 뜻의 ‘개권유익’이라는 성어가 탄생했다. 그는 자신의 치세 때에 남쪽 오월(吳越)의 항복을 받아내고 뒤이어 북한(北漢)을 멸망시켜 50년 가까이 진행된 5대 10국의 난세를 종식시켰다. 뿐만 아니라 재정의 중앙집권화를 실현하고, 향촌제도의 확립과 과거제도를 확대해서 문치주의의 기반을 닦은 공 등이 후대에 전해졌다.

그의 형인 조광윤도 장수였지만 전쟁터를 누비면서도 책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다녔다고 한다. 전한 초기 육가가 유방에게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다스릴 수는 없다”고 말한 사실을 늘 기억하며 후에 5대 10국의 난세를 평정해 천하를 통일할 생각을 늘 품고 그것들을 이루어 낼 때 책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고 믿었던 것 같다.

일본을 대표하는 부자인 손정의도 운전을 하면서도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필자도 책을 많이 가지고 있다 보니 이렇게 많은 책을 다 읽었느냐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물론 다 읽지는 않았다. 분명한 것은 좋은 책을 가지고 있으면, 가끔 책을 빼서 펼쳐보거나 심지어 제목만 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인 중 한 분은 책을 늘 펼쳐놓고 다니는데, 아들 며느리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말 책을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유익이 있다는 말이 충분히 공감이 된다.

예전에 ‘유식의 즐거움’이라는 책이 있었다. 뭔가 알 때마다 즐거움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듯한 책 제목이다.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유익이 있고, 읽고 새기면 더욱더 큰 유익이 있다. 더구나 깨달음까지 얻게 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을 것이다. ‘개권유익’이라는 이 사자성어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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