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출처: 뉴시스)
경주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출처: 뉴시스)

與 “삼중수소,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 주장

과학계 “기본적 과학 상식마저 부정… 당황스럽다”

이정윤 “원전 인근 주민, 삼중수소 매일 2g 검출”

전문가 “이정윤 주장, 하나도 맞지 않아… 자질 의심”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촉발한 월성 원전 삼중수소 누출 논란에 대해 과학계는 물론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과학적인 사실도 부정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탄소중립특별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 원자력발전소 부지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며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음이 확인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삼중수소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방사성 물질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인접 지역 주민의 몸속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있으며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방사성물질”이라며 “한수원의 대책은 땜질식에 불과하고 원전안전을 책임지는 원안위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이런 주장에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 전문가는 지난달 25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과학자도 언급했지만,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이라는 게 기본적인 상식”이라며 “민주당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건 탈원전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1.3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1.31

그는 한국정책방송원(KTV)이 방영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삼중수소 검출’ 관련 유튜브 영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KTV는 지난 15일 방송에서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에 대해 다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패널 2명은 월성원전 폐쇄를 옹호하고, 원전에서 검출된 삼중수소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방송에서 “주민들 몸에서 (삼중수소) 2g이 매일 나온다. 그게 사실 작은 수치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 전문가는 “공공기관에서 기본적인 팩트 체크를 하지 않고 영상을 올린 것”이라며 “삼중수소 2g은 치사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이 대표가 원자력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주시 월성원전·방폐장 민간 환경 감시기구가 조사한 월성원전 인근 해수와 빗물의 삼중수소 농도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월성원전 인근의 해수와 빗물의 삼중수소 농도도 모두 기준치에는 미달이었다”고도 했다.

경주시 월성원전·방폐장 민간 환경 감시기구가 2019년 조사한 월성원전 인근의 해수와 빗물의 삼중수소 농도도 기준치에는 미달이었다. 해수의 경우 1배수구에서는 리터당 1.06~5.32 배크렐이, 2배수구에서는 1.14~6.47 배크렐이 측정됐다. 빗물에서는 최댓값이 리터당 96.3 베크렐이었다.

그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한 탈원전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민주당이 삼중수소 유출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정책의 방향을 변경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2.1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도 월성 원전에서 삼중수소가 누출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달 11일 페이스북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의견도 삼중수소 유출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수원 노조는 “여당이 검찰의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를 피하기 위해 정치적 물타기를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민관 합동 조사단을 꾸려 삼중수소 논란의 진실을 밝히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삼중수소 유출 논란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통해 월성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살리기 국민행동 이기원 대변인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원전 부지 삼중수소 조사를 위한 전문가 7명을 추천 요청을 했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조사하는 만큼 원자력 찬성 단체와 원자력학회 등 전문가들도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고 본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에 우리도 경주에 내려갔는데 월성 원전 인근에서 거주하는 주민의 상당수가 민주당에서 삼중수소 유출 문제를 이슈화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민주당이 여야와 민관이 함께하는 합동조사단 주장을 강하게 밀고 나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에서도 양이원영 의원이 주도한 것인데 처음부터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을 했다”며 “조금만 검색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주 시민도 (민주당이) 월성 원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민주당 주장대로) 삼중수소 누출 문제가 심각하다면 가장 건강에 문제가 있을 사람들은 한수원 직원들 아니냐”며 “한수원에서조차 민주당을 향해 불평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삼중수소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라는 발언은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도 있는데 양쪽의 목소리를 잘 반영할 수 있는 합동 조사단을 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안위에서 조사단을 꾸리는 상황이다. 당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월성 원전 논란이 정쟁으로 발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