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위세가 대단하다. 지난해 다수 의석의 힘을 빌려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독식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을 통과시키는 등 거여(巨與)의 절대적 우위를 앞세워 제1야당을 무력화시켰다. 코로나19 발병 등으로 국정이 불안한 시기에 국민 불편을 감소하고 안정적인 국정 수행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회 권력을 좌지우지해왔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판사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카드로 사법부 족쇄 채우기 시도에 나섰다.

이탄희 의원이 주도한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안 발의 계획이 그것이다. 대상이 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사법 농단’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로 그를 단죄하려는 민주당 지도부의 의지와 당 분위기는 강경하다. 이미 이낙연 대표 등 당지도부에서는 임 부장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적극 지지한 상태로, 여권의 찬성 의원만 해도 탄핵 가결 정족수인 151명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이 예정대로 2월 1일 ‘임성근 판사 탄핵’을 발의한다면 2월 임시국회에서 174석의 민주당 단독으로도 탄핵 소추안은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소추의 발단은 2015년 세월호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임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고 2015년 3~12월경 ‘세월호 7시간’ 사건과 관련된 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하는 등 청와대 입장을 반영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임 부장판사에 대한 관련 사건은 지난해 열린 1심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상태임에도 민주당에서는 ‘본때를 보이겠다’며 2월 중으로 ‘임성근 판사 탄핵’을 가결하겠다는 결의가 굳세다.

이 같은 민주당의 법관에 대한 책임 묻기는 지난해와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국민관심 사건에 서 사법부의 판결과 무관하지가 않다. 이와 관련해 사법부와 법조계에서는 여당의 ‘법관 탄핵’ 추진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테면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2심에서의 유죄 판결, 조국 사태와 관련된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 선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조치에 대해 법원에서의 제동, 또 친문계의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 등으로 인해 민주당 내에서 ‘법원 포비아(공포)’ 현상마저 나왔고, 따라서 그런 법원에 대한 분노·불만이 ‘임 부장판사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말도 들린다.

2월 말 퇴직 예정인 임 부장판사 탄핵 발의는 실효성이 없어 망신주기 논란이 따른다. 그래도 민주당에서는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이 법원에 수두룩하다”는 말로 1회성이 아님을 예고하며 사법부에 대해 엄포(?)를 놓고 있다. 민주당의 ‘판사 탄핵’은 무소불위 권력으로써 사법부를 길들이며, 삼권분립의 철칙마저 무너뜨리려는 법원 장악 행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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