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한국복지대학교 교수

not caption

2017년 미국의 고고도 요격미사일 사드(THAAD)가 한국에 배치 됐다. 사드 발사장으로 롯데그룹이 소유한 골프장을 개조해 임시 설치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보완과정을 밟아 정식운영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드의 배치는 중국의 과도한 대응을 유발했고, 중국에 있는 롯데 관련 시설의 피해와 나아가 한한령(限韓令)이라는 신조어의 탄생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대중 문화산업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후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한한령의 해제를 에둘러 요구했다.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기회 있을 때 마다 한한령의 부당함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요동도 하지 않는 중국정부로 인해 수조원대의 막대한 관련 업종의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산업연구원의 연구보고서만 봐도 중국 관광객의 감소와 유통 부문 소비재 하락과 매출 손실로 이어졌다. 소비재산업의 생산 감소 등을 낳았다. 15조 2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액을 보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 액수를 합쳐 추산만 해도 어마어마한 관련 산업 피해액이 누적됨을 추론할 수 있다. 한국 관련 여행상품을 일절 판매하지 않았다. 한국의 대중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산업과 여행 산업 게임 산업에도 지금까지 중국의 만리장성 방화벽에 막혀 제대로 기능도 못 하고 간신히 숨만 쉬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바이든의 당선으로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어떻게 하면 바이든과 문재인 대통령 간 정상통화를 최대한 빨리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중국의 앞선 요청으로 시진핑 주석이 1월 26일 한국에 전화 정상통화를 해온 것이다. 바이든은 이미 최초로 캐나다 총리, 이어서 일부 유럽정상, 그리고 일본수상과의 통화를 마치고 있었고, 말로는 혈맹을 나눈 동맹이라는 한국과는 정상 간 통화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중국의 시각에서 미 동맹국 중 약한 고리가 한국이고, 미·중 패권경쟁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부상함을 간파하고 선제구를 내놓고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그 뿐이 아니고 한국이 그렇게 바라던 문화 부문 교류의 일환인 대중 관련 문화산업도 빗장을 풀 수 있음을 암시했다.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문화교류의 해로 삼아 내년까지 문화교류 강화를 언급했다. 사실 전 문화산업 분야에서는 사드로 풀린 것이 하나도 없다. 서두르지는 말아야 하지만 시진핑의 방한은 바이든의 방한보다는 먼저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시진핑 방한을 이제는 한국이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아도 중국이 알아서 할 수밖에 없는 국제 상황이 됐다. 철저히 계산해 문화 부문 계산서를 시진핑 면전에 놓고 한국 몫을 챙겨야 한다. 반도체 화학원료 등 중간재는 중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많이 수입하고 있다. 정신문명의 대한국 종속을 낳을 수도 있다는 미명하에 드라마 영화 콘텐츠 게임 등 한국이 비교우위가 확실하고 부가가치가 무궁무진한 문화부분은 요지부동이다. 바이든 당선으로 대중 봉쇄가 더욱 정교히 강행될 소지가 다분한 이 시기에, 한국은 문화 부문 정상화를 철두철미하게 관철시키는 호기가 왔음을 직시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