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고위공직자 범죄 이첩 권한, 공수처 존재 근간… 검경에 우위

반면 공수처법 ‘공정성 논란’ 조항 등 조건 모호해 해석 분분

김학의 불법 출금 및 월성1호기 등 의혹사건 이첩 논쟁 팽팽

방향 따라 ‘정치적 수사’ 또는 ‘수사 뭉개기’ 등 시선 가능

규칙 명확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 이유는 바로 ‘특정 사건 이첩 요청권이다. 헌법재판소(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위헌 논란을 털어낸 공수처가 이첩 기준 등이 담길 공수처 규칙 제정에 들어가면서 이어지는 이첩 관련 논란을 해소할 지 주목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처장과 차장의 위용을 갖춘 공수처는 실제 업무에 필요한 세부규칙 마련에 착수했다.

규칙 중에서도 가장 세밀하고 명확해야 하는 부분은 이첩 관련 내용이다. 다른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이첩 받는 권한이야말로 공수처가 ‘검찰 견제’의 목적을 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권한이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24조(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1항은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2항에선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에서 제막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에서 제막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즉 고위공직자 범죄에 한해선 반드시 공수처가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하고, 필요하면 공수처가 사건을 가져와 직접 수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특수부, 현 반부패부)가 전면에 나서 정치인 등 고위공직자를 불러 조사하던 그림이 이젠 공수처에서 펼쳐진다는 것이다.

공수처법 24조는 그만큼 공수처의 존재에 있어 핵심적인 권한이다.

그러나 24조엔 다소 모호한 점이 있다. 바로 ‘이첩 요청 조건’이다. 법이 규정한 이첩 요건은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두 가지다.

하지만 ‘수사 진행 정도’나 ‘공정성 논란’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이첩 요구 시마다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재 이첩 대상으로 거론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이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방해 의혹 사건 등과 관련 수사 진행 정도나 공정성을 판단하는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해당 사건들이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판단을 어렵게 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접대를 포함해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천지일보DB

한 측면에선 문재인정부의 법무부 장관들과 꾸준히 갈등을 빚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이 이 사건들을 수사하는 게 정치적 계산이 깔린 불공정한 수사일 수도 있고, 한 쪽에선 공수처가 사건들을 가져가는 게 ‘수사 뭉개기’로 비춰 공정성을 오히려 해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논란을 막기 위해선 이첩 관련 세부 규칙을 면밀히 만들어야 한다는 답에 도달하게 된다.

헌재에서 다수 의견을 통해 공수처법이 합헌으로 결정되긴 했지만 이은애·이종석·이영진 3명의 헌법재판관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부분도 고민이 필요하다.

세 재판관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에서 행정부 내 다른 수사기관보다 일방적 우위를 차지해 다른 수사기관과의 상호 협력적 견제관계를 훼손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공수처장이 요청하면 검사가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 범죄사건도 이첩해야 하는데, 이는 공수처가 헌법과 법률에 의한 검사보다 우위의 입장에서 검사의 수사·공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즉 이첩 세부 규칙이 논란을 해소시키지 못할 경우 또 다른 헌법소원 청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김진욱 공수처장은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함께 헌재의 결정문을 꼼꼼히 따져가며 세부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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