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차로 향하는 김규봉 감독[대구=뉴시스] 고(故) 최숙현 가혹 행위 핵심 피고인 중 한 명인 김규봉 감독이 2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호송차로 향하는 김규봉 감독[대구=뉴시스] 고(故) 최숙현 가혹 행위 핵심 피고인 중 한 명인 김규봉 감독이 2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상습특수상해 등 혐의

각각 5년 등 취업제한 명령도

김도환에겐 징역형 집행유예

[천지일보 대구=원민음, 송해인 기자]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감독과 주장, 선수 등에게 대구지법이 중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9일 상습특수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규봉(42)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감독에게 징역 7년, 장윤정(32) 전 주장에게는 징역 4년, 김도환(개명 전 김정기, 25) 전 선수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 유예 3년을 선고했다.

40시간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더불어 김 전 감독에게는 5년, 장 전 주장에게는 5년, 김 전 선수에게는 3년 등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 “감독, 지위 이용해 장기간 폭행”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이를 보완할 만한 증거도 충분하며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없기에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팀 안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장기간 폭언과 폭행, 가혹행위를 했다. 가장 큰 피해자인 최숙현 선수는 고통에 시달리다 22살의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피고인들이 참회하고 용서를 구해도 최 선수는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범행하면서 피해자에게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했고, 비인간적 대우로 피해 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해야 할지 회의감마저 느끼게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이 현재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이 최종 선고형에 참작됐다.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과 관련해 가혹행위 혐의를 받는 경북 경주시청 철인3종팀 전 주장 장윤정이 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대구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과 관련해 가혹행위 혐의를 받는 경북 경주시청 철인3종팀 전 주장 장윤정이 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대구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 감독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최 선수를 비롯한 전·현직 선수들에게 총 18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선수들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선수들에게 전지훈련 항공료 명목으로 1인 200만원에서 300만원씩 받는 등 63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 전 주장은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최 선수를 포함한 전·현직 후배 선수 10여명을 때리고 소속팀 선수에게 위험한 물건인 철제봉으로 피해 선수를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 전 선수는 훈련 중 지난 2016년 2월 미성년자였던 피해 선수의 뺨과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린 혐의(아동복지법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선수 측 “형량 아쉬워, 항소할 것”

최 선수의 아버지는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김 감독이 제일 형량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검찰 구형보다 2년 줄어들어 정말 아쉽다”며 “앞으로 항소할 수 있도록 변호사와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장과 선수의 형량도 너무 아쉽다. 특히 장 전 주장은 선수들이 운동 자체를 못 하게 할 정도의 악행이었다”며 “항소해 더 큰 엄벌이 내려질 수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 등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 피해사례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7.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 등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 피해사례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7.6

◆피해자들, 지난해 7월 피해 폭로 기자회견

앞서 최 선수의 동료들은 지난해 7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감독은 최 선수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면서 “주장인 장 선수도 최 선수와 저희를 집단 따돌림 시켰다”고 폭로했다.

그들은 “가혹행위는 감독 뿐 아니라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도 있었다”며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 시키고 폭행과 폭언으로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같은 숙소를 쓰다 보니 훈련 시간 뿐 아니라 24시간 주장 선수의 폭언과 폭력에 항상 노출돼있었다”면서 “주장 선수는 최 선수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다. 최 선수가 팀닥터에게 맞고 나서 방에서 혼자 휴대폰을 보면서 크게 울고 있는 것도 ‘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팀닥터’로 불리며 최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유사 강간, 강제추행, 사기, 폭행,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안주현 운동처방사에게는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안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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