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상사 음도남씨 "월 3~4회 항공기로 뿌렸다"

(연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미군이 1950년대 중반 비무장지대(DMZ)에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국내 첫 증언이 나왔다.

육군상사로 퇴역한 음도남(77.연천군 신서면)씨는 "입대 이듬해인 1955년 육군 15사단 백마고지(강원도 철원군)에서 근무할 당시 미군이 헬리콥터 등 항공기로 한 달에 서너 차례 DMZ에 고엽제를 공중 살포했다"고 30일 밝혔다.

음씨는 당시 백마고지에서 한 달가량 근무하다 후방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그의 증언은 그동안 '1960년대말 미군 주도하에 DMZ에 고엽제가 대량으로 뿌려졌다'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음씨는 당시 고엽제 살포는 미군이 독자적으로 했으며 한국군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미군 비행기에서 뿌리는 약을 맞으면 좋지 않으니 한국군은 방독면과 우의를 착용하고 방공호로 들어가라고 했다"며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는 풀과 나무가 벌겋게 타들어갔다"고 기억했다.

당시 전방에는 지금 휴전선과 달리 철책과 경비 시설물이 없이 철조망 달린 울타리 2개가 전부로 교전이 빈번했고 '간첩이 넘어와 국군 목을 베어 간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에 적이 몸을 숨길 수 있는 풀과 나무를 없애는 일은 목숨이 걸린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음씨는 전했다.

고엽제 전문가 앨빈 영 박사가 2006년 작성한 '전술 제초제의 시험, 평가, 저장을 위한 국방부 계획의 역사'와 미국 참전용사단체인 '용사를 돕는 용사회(Vets Helping Vets)'가 연합뉴스에 공개한 미 정부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2차세계대전 때부터 고엽제를 연구했고 1952년 한국전쟁 배치를 염두하고 퍼플이라는 이름의 고엽제와 함께 공중살포장비를 개발했다.

또 비슷한 시기인 1956년 2~6월 푸에르토리코에서 제초제를 실험한 것으로 나타나 음씨의 증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후 음씨는 연천군 신서면 천덕산 인근에서 선임하사로 근무하던 1967년 두번째로 고엽제를 접했다.

그는 미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대장 지휘 아래 고엽제 분말을 적이 침투로로 활용할 만한 곳에 맨손으로 떠서 뿌렸다고 했다.

그는 "잡초들이 벌겋게 타들어가며 죽는 모습이 예전에 미군이 백마고지에서 약을 뿌린 뒤와 똑같았다"고 기억했다.

앨빈 영 박사 보고서에는 1960년대 말 DMZ에서 입자 형태 고엽제 '모뉴론' 7천800드럼(39만7천800파운드)을 한국 군인들이 5m 간격으로 늘어서 기계나 손으로 살포했다고 기록돼 있다.

음씨는 20여년전부터 손가락 끝마디가 구부러지고 왼쪽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에 시달리다 지난 2007년 '국내 고엽제' 피해자로 인정받아 국가보훈처에서 보조금을 받고 있다.

국내 고엽제 피해자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과 달리 1967년 10월9일부터 1970년 7월31일 사이에 남방한계선 인접지역에서 고엽제 살포에 참가한 군인이나 군무원을 일컫는다.

현재 고혈압과 당뇨까지 앓고 있는 음씨는 "민통선 출입영농을 하면서 천덕산 인근에 가보면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풀이 나지 않는다"며 "이렇게 위험한 약품인 줄 알았다면 절대 맨손으로 뿌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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