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헌법 위헌 여부 선고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이날 헌재는 지난 1953년 낙태죄 조항을 도입한 지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렸다. ⓒ천지일보 2019.4.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헌법재판소. ⓒ천지일보 DB

“행정부 소속 중앙행정기관”

입법·사법·행정 견제가능 결론

“특검 등 검사 외 영장청구有”

“검사 권한 침해” 반대의견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헌재)가 판단했다.

헌재는 28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등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은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3(위헌)대 1(각하) 의견으로 기각 및 각하 결정했다.

앞서 국민의힘의 전신 미래통합당과 같은 당 유 의원은 각각 지난해 2월과 5월 공수처법과 관련한 헌법소원을 냈다.

공수처법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삼권분립으로 귀결되는 권력분립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생명권, 신체의 자유, 평등권, 재산권, 검사의 헌법상 영장청구권 등 수사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입법취지인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제고에 부합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사기관의 정치적 종속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독립된 형태의 행정기관 설치 가능”

하지만 헌재는 “공수처의 설치와 직무범위 및 수사·기소 대상 등을 정한 구 공수처법 제2조 및 공수처법 제3조 제1항, 수사처검사의 영장청구와 관련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한 공수처법 제8조 제4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각하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법적 지위가 애매한 기관이라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공수처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소속되고, 그 관할권의 범위가 전국에 미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수처가 독립된 형태로 설됐다는 이유만으로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중앙행정기관을 반드시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는 ‘행정각부’의 형태로 설치하거나 ‘행정각부’에 속하는 기관으로 둬야 하는 것이 헌법상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률로써 행정각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형태의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헌법상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수사처가 수행하는 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는 헌법상 본질적으로 행정에 속하는 사무에 해당하는 점, 수사처의 구성에 있어 대통령의 실질적인 인사권이 인정되고 수사처장이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으며 독자적으로 의안을 제출하는 대신 법무부장관에게 의안제출을 건의할 수 있는 점 등도 공수처가 행정기관인 이유로 판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기존 행정조직 편입하면 독립성 훼손 우려”

그러면서 “공수처가 선출직 공무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등을 담당하므로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공수처가 행정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공수처를 기존 행정조직의 위계질서 하에 편입시킨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평등권 침해 주장에 대해선 “고위공직자는 높은 수준의 청렴성을 필요로 한다”며 “가족의 경우도 고위공직자와 밀접·긴밀한 관계에 있으므로 수사 대상이 돼도 불합리한 차별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공수처법 개폐 ▲공수처장 탄핵소추 ▲예산 심의·확정 등 국회의 권한과 ▲입법·행정·사법부 등 다양한 기관이 공수처 구성 권한 나눠 기관 간 견제·균형 가능 ▲헌재의 헌법소원심판권 등 각각의 이유로 공수처의 통제가 가능하므로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헌법상 영장신청권자가 검찰청법상 검사로 한정되는지와 관련해선 “군검사와 특별검사도 검찰청법상 검사에 해당하지 않지만 영장신청권을 행사한다”며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대의견 “다른 행정기관보다 우위 점해 견제 훼손”

다만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검사가 갖는 수사권과 공소권은 국가의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 일원적인 권력행사가 이뤄져야 하는 시원적(始原的) 행정행위로서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행정영역”이라며 “구 공수처법이 법무부 소속 검사에 귀속됐던 수사권과 공소권 일부를 공수처에 부여한 것은 헌법 66조 4항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장이 다른 기관이 수사 중인 특정 사건을 이첩할 수 있는 권한을 두고선 “고위공직자 수사에서 행정부 내 다른 수사기관보다 일방적 우위를 차지해 다른 수사기관과의 상호 협력적 견제관계를 훼손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공수처장이 요청하면 검사가 수사 중인 고위직자 범죄사건도 이첩해야 하는데, 이는 공수처가 헌법과 법률에 의한 검사보다 우위의 입장에서 검사의 수사·공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수사처검사의 독립성에 대해서도 “검사와 판사와 달리 지나치게 짧은 3년으로 규정해 신분보장이 매우 취약하다”며 충분한 정치적 중립성 및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봤다.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 외엔 공수처의 수사를 통제할 방안이 없다는 점도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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