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천지일보 2021.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천지일보 2021.1.4

야당 동의 없이 27명 임명 강행

“피의자 신분 법무부 장관 탄생”

“야당과 협치 약속은 어디로 갔나”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박 후보자는 28일부터 법무부 장관으로서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27일)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박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법사위는 2분 만에 보고서 채택을 의결하고 산회했다.

국민의힘은 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해 불참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여당에서 단독처리를 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전체회의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법사위에서 청문보고서가 통과한 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17시 30분경 박범계 법무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박 후보자의 고시생 폭행 의혹과 지방선거 공천헌금 사건 방조 의혹 등을 지적하면서 임명에 반대해 왔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한지 3시간만에 임명안을 재가한 것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27명으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청문회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경제포럼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 세계경제포럼(WEF) 한국정상 특별연설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2021 세계경제포럼(WEF) 한국정상 특별연설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청문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되지 않았지만 임명이 이뤄진 경우는 ▲노무현 정부 3건 ▲이명박 정부 17건 ▲박근혜 정부 10건 ▲문재인 정부 27건이다.

인사청문회 대상은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공직 ▲국회의 임명 동의는 필요하지 않지만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작성하고 채택·미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공직으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해당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는데, 지난 2000년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이 같은 사례가 수시로 발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27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박 장관의 의혹이 터져 나왔는데 민주당은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며 “헌정사 최초로 피의자 신분 법무부 장관이 탄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야당이 요청한 증인조차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협치는 대체 어디로 갔느냐”라며 “이럴거면 인사청문회 진행을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박 장관이 적격한 인사로 보이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은 박 장관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재가하는 게 아니라 임명을 철회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01.25.
[서울=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01.25.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