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심야까지 고강도 조사…영장 청구 방침
정관계 인사·다른 감사위원 로비도 조사

(서울=연합뉴스)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29일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정부의 중추 사정기관인 감사원 감사위원이 현직에 있으면서 저지른 비리 의혹에 휘말려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씨는 이날 오전 11시께 변호인 없이 홀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도착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사법절차에 따라 진실이 밝혀지도록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은씨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담담한 표정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만 답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은씨는 또 "다소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진실은 객관적 증거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알려진 혐의사실과 이를 전한 언론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은씨는 7조원대 금융비리가 드러난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금융당국의 검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 등과 함께 현금 7천만원과 시가 3천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등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은씨의 친형도 따로 1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양(59.구속기소)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의 측근이자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윤여성(56.구속)씨에게서 "은진수 위원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씨는 윤씨로부터 지난해 감사원의 요구로 이뤄진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메일을 통해 영업정지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은씨를 상대로 이날 밤늦게까지 강도 높게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조사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은씨를 상대로 관련 진술 내용과 금품수수 등 혐의사실을 직접 확인한 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신병을 확보한 채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일단 귀가시킨 뒤 구속 절차를 밟을지는 이날 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다른 정관계 고위인사들에게도 퇴출을 막기 위한 구명 로비를 벌인 단서를 잡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2005~2006년 부산저축은행의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했던 은씨가 부산저축은행그룹과 다른 감사위원이나 정관계 인사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은씨는 의혹이 제기된 지난 26일 사표를 내 수리된뒤, 변호인과 검찰 수사에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미 구속된 금융브로커 윤씨와 함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또 다른 로비 창구로 지목되는 브로커 박모씨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60대 후반의 소망교회 집사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 정권 실세와 가깝고 지난 3월 검찰의 공개수사가 시작되기 전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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