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자매 포스터(출처: 리틀빅피처스)
영화 세자매 포스터(출처: 리틀빅피처스)

완벽한 척하는 둘째 미연

괜찮은 척하는 첫째 희숙

안 취한 척하는 셋째 미옥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언니가 늘 기도하는 거 알지?” “내가 미안하다.” “나는 쓰레기야.”

세 자매의 입에서는 항상 저 말이 나온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말은 꺼내기 힘든 사이. 바로 가족이다. 27일 올해 국내 처음 개봉작인 영화 ‘세자매’는 이러한 모습을 깊숙한 곳에서부터 끌어냈다.

영화 세자매 스틸컷(출처: 리틀빅피처스)
영화 세자매 스틸컷(출처: 리틀빅피처스)

세 자매 중 둘째인 미연은 겉으로는 완벽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명문대 교수인 남편과 착한 아들과 딸, 하나님에 대한 독실한 믿음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어 보이지만 어디 세상에 완벽한 삶이라는 것이 있던가.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를 하며 목사님에게도 인정받고 마치 부족함 하나 없는 성인(聖人)인 것마냥 미연은 행동하지만 그건 모두 가식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척, 사랑받는 아내인 척, 착한 엄마인 척. 하지만 주변은 그렇게 완벽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교인들 앞에서 ‘사랑꾼’인 척하던 남편은 성가대원과 바람이 나고, 여동생은 매일 술에 취해 전화로 술주정을 부린다. 그 앞에서 미연은 여전히 겉으로 ‘완벽한 척’을 하지만 속에서는 온갖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그리고 그 가면은 아버지의 생일날 벗겨지고 만다.

첫째인 희숙은 꽃집을 운영하지만 찾는 손님이 없다. 집에 들어가면 까만 아이라이너를 칠하고 타이트한 옷을 입은채 엄마에게 돈 달라고 요구하는 딸이 있다. 되바라지게 행동하지만 희숙은 큰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딸의 눈치만 슬슬 본다. 거기다 남편은 가끔 전화로 통보한 후 찾아와 돈만 들고 간다. ‘괜찮은 척’하는 희숙에게 가족 누구 하나 관심 없고 희숙은 모두에게 “미안하다”고만 한다. 마음의 병만이 아닌, 몸의 병까지 생겼지만 속 시원하게 얘기조차 못 하는 희숙은 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저 미안하고 괜찮다는 말만 뱉어낸다.

영화 세자매 스틸컷(출처: 리틀빅피처스)
영화 세자매 스틸컷(출처: 리틀빅피처스)

셋째 미옥은 극작가이지만 슬럼프에 빠져 손에서 술을 떼지 못한다. 그저 착한 남편은 미옥의 눈치를 보며 밥을 챙겨주고 살피지만 술에 취한 미옥은 갑갑하지만 하다. 거기다 함께 충무로에 있었던 동료들에게 “돈 때문에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갔다”는 얘기를 듣는다. 매일 술에 취한 채 둘째 언니 미연에게 전화하는 미옥은 가물가물한 추억을 끄집어내지만 현실은 점점 꼬여가기만 한다. 자신은 잘하고 싶은데 의붓아들은 필요한 것을 친엄마에게만 이야기하고, 언니는 전화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지만 마음 편하지만은 않다. 마치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이렇게 감독은 불편하면서도 솔직하게 우리들의 삶을 화면에 담아냈다. 마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영화는 마지막에 터진다. 욕을 입에만 달고 살던 희숙을 딸 보미의 말에서 우리는 감독이 왜 이렇게 불안한 가족을 설정했나 알 수 있다. “씨X, 왜 어른들이 사과를 못 하는데.”

그렇다. 사람의 삶은 항상 완벽하지 않으며 괜찮지 않다.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를 하고 그 실수를 인정하고 타산지석 삼아 성장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나의 실수로 주위가 일그러지면 ‘미안하다’ 하고 고치면 되는데 그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희숙은 ‘미안하다’고 항상 입에 달고 살지만 그 말은 그저 상황을 회피하지 위한 장치일 뿐이다. 이에 감독은 “사과를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관계는 특히 가족의 관계에서 진정한 사과는 많은 걸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영화를 통해 말한다.

그리고 감독은 이러한 불편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가정 폭력’과 ‘기독교’를 가지고 왔다. 그렇다고 큰 의미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승원 감독은 “가정 폭력, 외도 등은 굉장히 단순한 주제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단순한 주제를 쉽게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며 “단순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원론적인 문제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기독교에 대해서도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경험과 생각으로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면서 “종교는 우리가 사는 것에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을 해 소재로 삼게됐다”고 말했다.

영화 세자매 스틸컷(출처: 리틀빅피처스)
영화 세자매 스틸컷(출처: 리틀빅피처스)

이번 영화에 출연한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는 현실감 있는 생활 연기를 완벽하게 선보였다. 불자인 문소리는 영화를 위해 몇 달간 교회를 다니면서 교회 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김선영은 실제 남편이기도 한 이승원 감독과 열띤 토론을 하면서 영화에 임했다. 장윤주는 원래 갖고 있던 톱모델을 벗기 위해 과감하게 민낯을 드러내고 머리를 탈색하면서까지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불편하면서도 현실적인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어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