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이재준 와당연구가 

고대 삼국 가운데 일월신(日月神)을 가장 잘 모신 나라는 고구려다. 고분벽화나 각종 장신구에도 해와 달을 표현했지만 와당 가운데도 일월을 소재로 한 유물이 많다.

중국 지안에 있는 광개토대왕 비문에 ‘시조 추모왕이 천제의 아들’이라고 각자됐지만 대사자 모두루 묘지에는 보다 구체적인 기록이 있다. ‘시조 추모왕이 원래 북부여에서 나왔는데 하백의 외손이며 일월신의 아들이다(始祖鄒牟聖王 河伯之孫日月之子)’

고구려 오회4호분(지린성 지안) 천장에는 해의 신과 달의 신이 그려져 있다. 남자신인 해 속에는 세발 달린 까마귀가, 여성신이 머리에 이고 있는 달 속에는 두꺼비(蟾蜍)가 앉아있다. 고구려인들은 두꺼비를 신선을 인도하는 동물로 생각해 와당에도 많이 그려 넣었다.

여기 소개하는 와당은 독특한 문양의 와당이다. 가운데는 2조의 동심원을 두른 볼록한 태양이 있으며 사방에는 연꽃 중심에 달을 배치하고 있다. 달은 4개나 된다. 그런데 해와 달의 크기가 비슷하다. 왜 태양과 달의 크기가 비슷하게 조형한 것일까.

고구려 와전 달과 태양 문 (제공:이재준 와당연구가)ⓒ천지일보 2021.1.26
고구려 와전 달과 태양 문 (제공:이재준 와당연구가)ⓒ천지일보 2021.1.26

달을 에워싼 1조의 선문은 끝이 뾰족하여 고구려 연꽃 모양의 통식을 따르고 있다. 연꽃은 넓은 모양이다. 이 와당에서 주목되는 것은 바로 간판(間瓣)의 모양이다. 연꽃과 연꽃 사이에 배치된 간판은 흡사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인들이 귀하게 여겨온 곡옥(曲玉)을 닮은 모양이다. ‘곡옥’이란 어디에 쓰여 졌던 유물인가. 청동기 시대 선사인들이 옥을 반달 모양으로 갈아 구멍을 뚫어 끈을 꿰어 장식으로 쓰던 장신구를 말한다. 혹은 옥을 태아의 모양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곡옥은 만주일대와 한반도 고대 유적에서만 나오는 장식품으로 신라 가야 고분에서도 많이 출토된다.

고구려인들도 곡옥으로 치레걸이로 애용한 전통을 증명하고 있다. 해와 달, 우주를 돌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어린 생명들을 상징하고 있는지 모른다. 혹시 해와 달의 신이 낳은 아들이 우주를 유영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닌지.

주연은 소문대이며 색깔은 적색, 모래가 많이 섞인 경질이다. 경 16㎝, 두께 4㎝.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