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1.25 (출처: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참 서럽네요. 출입기자단이 뭐길래….”

출입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외부 방문 매체들이 취재현장에서 매번 배제될 때마다 터져 나오는 한숨이다.

25일도 같은 일의 연속이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가졌지만, 방문 매체들은 이날도 여전히 현장 취재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취재를 할 수 없으니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가 없고, 당장에 기사를 송고할 수 없으니 기자도 회사도 난감하기 짝이 없다. 특히 민감한 이슈나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는 열불이 난다. 이 같은 얘기는 본지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무슨 얘기냐면 통상 기자가 회사에서 출입처 배정을 받으면 관련 출입처 기자실에 가서 등록을 해야 한다. 통일부 배정을 받은 기자도 지난해 등록했는데, 등록을 하면 통일부에 출입하며 월·수·금 공식 브리핑(정부서울청사 3층 합동브리핑실)에 참여할 수 있고 각종 보도자료, 문자메시지, 관련 일정에 대한 공지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언론사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매체에게 열려 있다.

하지만 아직 출입기자단은 아니다. 출입기자단은 출입처가 마련한 공간(기자실)에 상주하는 기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외관상으로는 출입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들은 통일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업무 공간을 상시 제공받고 오프더레코드와 엠바고,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 등을 결정하고 심층적 정보를 얻는 등 방문 매체와는 달리 차별화된 취재 편의를 지원받는다.

기자단이 머무는 공간은 6층에 있는데, 방문 매체에게는 일정한 요건을 요구하거나 요건을 채워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기자가 기자실을 출입하지 못하는 우스운 모습이다.

기자실은 통일부 공무원(기자실장)이 관리한다. 출입 초창기에 그에게 관련 요건을 물었더니 “출입기자단 관리는 간사단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현재 간사로 있는 매체의 기자와 “상의해 보라”고 연락처를 던져 줬다.

간사와의 통화에서 그는 “통일부 공식 브리핑 취재에 3개월 이상 참석해야 하고, 같은 기간 출석률이 2/3 이상 돼야 한다”면서 “요건을 채우면 현재 출입기자단이 투표를 통해 방문 매체를 받을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통일부의 수수방관 속 남의 것을 자기 것인양 이러쿵저러쿵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기자단 폐쇄성의 전형인 셈인데, 대부분의 출입처의 기자단이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기자실을 관리하고 있는 통일부의 행태다. 지난해 1월께 이런 일도 있었다. 보통 기자실에서 주로 백브리핑을 한다. 당시 처리할 일이 있어 기자실에 들렀는데, 많은 기자들이 통일부 당국자와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문을 열었는데, 기자실장이라는 사람이 황급한 손짓으로 ‘나가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마치 잡상인 취급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던지라 백브리핑 이후 찾아가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했더니 “그런 게 아니었다. 잘못 본 거다”라고 얼버무렸다.

이후로는 보도 자료도 잘 보내주지 않는다. 전화해서 “왜 보도 자료 안보내주냐”고 하면 “보냈다”며 확인해보란다. 메일에 아무리 둘러봐도 없는데 말이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말리는 시누이 꼴이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공식 브리핑마저 잠정적으로 열지 않고 있다. 벌써 수개월째다. 기자단이 아닌 방문 매체에게는 현장 취재가 꽉 막힌 상황까지 됐다.

물론 기자단 폐쇄성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모습은 정확·신속한 보도 속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주요 언론사의 카르텔이나 이를 방조하는 듯한 통일부가 더욱 부각돼 보이는 것 같다.

구조와 관행은 어금지금 서로를 뒷받침한다. 기자단의 공고화된 관행을 비난하겠다는 게 아니다. 무조건 출입 기자의 난립까지 허용하자는 것도 아니다. 하고 싶다면 그대로 해라!!! 분명히 순기능도 있을 게다.

다만 통일부는 기자단에서 벗어난 매체들을 위해 공식 브리핑 이외에도 취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달라는 거다. 언제까지 묵인하고 바라만 볼 것인가? 통일부는 방문 매체들도 취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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