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지난 5월 초 중국 상하이에서는 로봇공학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대회인 로보틱스 및 자동화 국제학술회의(IEEE-ICRA)가 세계적인 로봇전문가 17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학술회의의 개막식에 연사로 나선 중국과학원 지구화학연구소 지유안 오우양 교수는 중국의 달 탐사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2013년경에 띄울 달 탐사위성 ‘창어 3호’의 주요 임무는 무인탐사로봇을 통한 과학실험이 될 것을 예고해 화제가 됐다.

‘창어 3호’에 들어가는 달 탐사로봇은 카메라, 엑스레이, 적외선 스펙트럼 분석기, 레이더시스템 등 각종 센서와 샘플 채취용 기계식 팔을 부착하고 바퀴로 구동되는 120kg 무게의 이동로봇으로 설계됐다. 이 로봇은 주행경로를 스스로 선택하고 장애물을 피해가며 과학실험을 수행하게 되는데, 특이한 점은 주간에는 태양전지로 야간에는 보조 원자력전지로 전원을 공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이름을 딴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는 1호기가 2007년 10월 24일 쓰촨성 시창위성발사센터에서 ‘장정(長征) 3호 로켓’에 실려 발사된 바 있고, 2009년 3월 1일 달 표면에 충돌할 때까지 494일 동안 의미 있는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이어서 2010년 10월 1일 발사된 창어 2호는 아직까지 파손되지 않고 통신시스템의 성능을 시험하고 탐사로봇의 착륙 위치를 찾아내는 등의 예정된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중국보다 1개월여 앞선 2007년 9월 14일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는 달 탐사위성 ‘카구야’가 발사되어 달의 상공을 돌며 약 2년에 걸친 과학적 관측 임무를 마친 바 있다. 지난해 발표된 바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2020년까지 2억 달러를 투자해 로봇으로 이루어진 달 기지를 마련한다는 목표하에, 태양전지를 동력원으로 하고 바퀴로 이동하며 상체는 인간의 모습을 닮은 우주탐사 로봇을 달에 보내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우주 탐사로봇의 원조는 미국 NASA가 개발한 ‘소저너(Sojourner)’인데, 1997년 7월 4일 에어백에 실려 화성에 착륙해 6주 이상 활동하며 1만장 이상의 화성표면 사진과 400만 가지 이상의 화성 기상 정보를 수집한 바 있다. 소저너는 10kg 무게에 강아지 정도 크기로 작지만 울퉁불퉁한 지면과 바위 장애물이 있는 화성에서 6개의 바퀴로 움직여가면서 과학 탐사와 지구와의 교신 임무를 수행했으며, 착륙 후 15회나 튀어 오르내림을 반복했음에도 끄떡없는 견고함을 과시했다.

로봇 기술은 더욱 발전해 올해 초 미국 NASA는 GM사와 공동 개발한 인간형 로봇 로보노트(Robotnaut)2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함께 실어 보냈고, 우주정거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작업을 하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이렇듯 세계 각국은 미래 우주 개척시대의 주인이 우주탐사 기술을 확보한 나라로 판단해 우주 발사체는 물론 우주 로봇의 개발과 응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2회에 걸친 나로호 발사의 실패로 우주탐사 기술 개발의 동력이 잠시 주춤해진 것 같다.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우주로봇포럼이 결성되고 지난 19일에는 국회에서 관련부처 장관과 국회위원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발표와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단시일 내에 줄여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오른 정보통신 같은 과학기술 분야의 성공 스토리를 거울삼아, 늦게 출발했지만 우주 탐사 로봇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우리나라 기술자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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