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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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여름이면 방충망이 생각나는 계절이라 할 만큼 방충망이 절실히 필요하고 방충망 없이는 불편하다. 방충망에 작은 구멍이라도 하나 생기면 쥐도 새도 모르게 들어오는 해충들에 시달리게 된다. 작은 벌레 하나가 그렇게 성가시고 힘들게 한 기억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반대로 창은 클수록 좋은가, 작을수록 좋은가 한동안 이야기가 많았는데 친환경 건축을 위해서는 작은 창 단열 창을 부르짖었지만 유리를 세 겹 붙여서 만든 고효율 3중 유리창이 상용화 되면서 큰 창을 설치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어졌다. 하지만 창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는 아직도 고민이 많다. 2층 이상의 상층부에서는 환기와 채광도 중요하지만 이사를 위한 이삿짐을 옮길 수 있는 열리는 큰 창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창이 크고 열리는 부분이 커지다 보면 안전에 취약하고 건물의 미적인 부분도 헤칠 수 있다. 특히 안전에 대한 것을 체크하다 보면 창이 소극적으로 적용된다. 그래도 난간을 설치할 수 있다면 괜찮다. 아직은 기성품으로 난간이 멋있게 나오는 것이 잘 없기에 창에 맞게 맞춤 난간이 필요하다. 맞춤 난간은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난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고 창문 바깥쪽으로 툭 튀어나오는 설치가 용이한 난간을 설치하면 실컷 애써 만든 건물을 망치기 쉽다. 이런 사소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해봤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상층부에 설치하는 큰 창들은 평상시에는 난간으로 사용되고 이사할 때는 나사를 풀고 이삿짐을 옮기는 통로로 사용할 수 있다.

안전의 측면에서 보면 모기장보다 훨씬 중요한 부분이 난간이지만 사용성 측면에서 보면 시야를 가리고 거추장스러운 괜한 작업일 수 있다. 난간은 그래도 설치해야 하는 안전장치이다 보니 마지못해 설치하는 것이 되고 만다.

창에 난간을 설치하고 큰 창을 이용할 수 있고 큰 환기창을 확보하고 큰 이삿짐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인데 마다 할 일은 아니지만 고민이 많은 것은 현실이다. 승강기가 있는 집이라면 또 다른 문제겠지만 작은 건축물에서는 승강기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짐을 옮기는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창의 기능성이 우선 필요하다. 별것도 아닌데 신경 쓸 일이 많은 건축의 과정 가운데 창도 이 중에 하나다. 이것을 사전에 조율할 기회를 만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데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손발이 맞는 작업자와 설계자가 잘 헤쳐나갈 중요한 일 중에 하나다. 그리고 안전과 미가 같이 결부된 일은 항상 예의 주시하면서 건축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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