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공원에서 주민들이 타이치를 연습하고 있다. 이날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우한을 전면 봉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출처: 뉴시스)
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공원에서 주민들이 타이치를 연습하고 있다. 이날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우한을 전면 봉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23일은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봉쇄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오전 2시 스마트폰으로 보낸 안내문은 76일 동안 지속될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봉쇄를 알렸다.

최근 전 세계가 전염성이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1100만명이 사는 우한의 생활은 대체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이날 AP통신은 전했다.

BBC도 1년이 지난 지금 우한의 생활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며 다만 우한 주민들은 당국의 검열 탓에 해외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경계했다고 전했다. 우한 주민 한 메이메이는 BBC중국에 “대유행은 겉으론 드러나지 않더라도 분명히 무언가를 남겼다”며 “우한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지금도 여전히 마주 대하고 싶지 않은 여러 세세한 사항들을 포함해서, 분명한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후베이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스좌장과 싱타이시, 랑팡시가 전면 봉쇄되자 우한에서의 혼란을 잊어가던 주민들은 악몽 같던 시간이 다시 떠올랐다고 전했다.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주민들이 바이러스를 이겨냈다는 자긍심이 자리 잡았다. 우한 주민인 위 중이는 SCMP에 “중국인들은 재난을 견딜 수 있는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1959년부터 1961년까지 최소 4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기근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인들은 오랫동안 굶주렸다. 이 일을 겪은 사람들이 견디지 못할 게 있을까”라고 말했다.

지난 4월 8일 봉쇄가 해제된 이후 우한에서는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바이러스가 어디서 기원했는지, 우한과 중국 당국이 전 세계 9800만명을 전염시키고 200만명을 죽인 전염병에 대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빠른 조치를 취했는지, 절차가 충분히 투명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날 신규 확진자를 107명 보고했으며 누적 확진자 수는 8만 8911명이다. 당국은 오는 2월 춘제(설날) 연휴를 둘러싼 새로운 확산세를 경계하며 가급적 여행을 하지 말고 모임을 피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학교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실내와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됐고 스마트폰 앱은 시민들의 동선을 추적하는 동시에 바이러스가 없고 의심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 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작년 1월 2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봉쇄된 후 텅 빈 우한의 다리를 응급구조차가 달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작년 1월 2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봉쇄된 후 텅 빈 우한의 다리를 응급구조차가 달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1년이 지난 우한은 중국과 바이러스 전쟁 가운데 ‘희생의 상징’이 됐다. 이 가운데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에 대한 책, 다큐멘터리, TV쇼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중국은 세계 나머지 국가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이러한 ‘희생’을 치렀으며 바이러스의 기원은 중국이 아닌 미국 또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해외라는 주장을 끈질기게 펴고 있다. 베이징 당국의 주도로 코로나19의 기원과 세계적 유행에 대해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국내외에 선전하는 것이다.

수개월간의 협상 끝에, 중국은 마침내 세계보건기구(WHO)에 국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보내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들은 현재 2주간의 격리를 받고 있다.

WHO가 위촉한 독립 패널은 이번 주 중국과 WHO가 초기 발병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었다며 이들의 ‘너무 늦은 대응’을 비판했다.

2019년 12월 우한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당국은 이를 알린 사람을 색출해 입을 막았으며, 최초 보고에 늦장을 부렸다. 도시가 봉쇄되기 전까지 우한 거주자 500만명이 우한 밖으로 빠져나간 것은 이에 따른 결과였다. 중국 제일재경망과 바이두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작년 1월 10일~22일 해외로도 수만명이 이동했는데 당시 한국에도 우한 거주자 6430명이 입국했다.

중국 내외에서는 우한에서 코로나19를 알린 내부 고발자들에 대한 추모도 계속되고 있다. 이 바이러스에 대해 경고하려고 했던 의사들은 질책을 받았고 침묵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리원량(우한중심병원 의사)은 코로나19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 코로나19 초기 우한에서 보도를 준비하던 언론사들은 단속을 당했고, 시민 기자들도 침묵을 지켰다. 최근 우한의 사태를 알린 시민 기자 중 한 명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중국 우한시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34)씨. (출처: 리원량 웨이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중국 우한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34)씨. (출처: 리원량 웨이보)

일부 우한 주민들은 정부가 이번 위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고 이에 제2의 코로나19 봉쇄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봉쇄 기간 병원과 주민들에게 의료품을 전달하기 위해 우한에 자원봉사를 온 리웬빈(36)은 SCMP에 “모두 정치에 관한 것”이라며 “기본적인 문제인 ‘관료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 역시 여기에 동의하며 중국에서 투명성이 오랫동안 문제가 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근으로 중국에서 수백만명이 사망했을 때 자연재해가 원인이라는 결론이 나왔는데 실제는 아니었다”며 “오늘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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