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배석한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배석한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날인 2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통제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펴고 백신 보급 확대와 해외 여행객 입국 전 음성 결과 요구 등의 행정 조치에 서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리의 국가 전략은 포괄적이며 정치가 아닌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이는 부정이 아닌 진실에 기초하고 매우 상세하다”고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행정명령 10개에 서명했다.

198페이지에 달하는 이번 코로나19 대응 계획은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은 취임 100일까지 미국인 5천만명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2번 투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백신 캠페인으로 시작한다. 그는 이 계획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다른 고문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세워졌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검사와 개인보호장비 공급을 늘리고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는 데에도 서명했다. 또 명령에 따르면 공항과 비행기, 배, 버스, 기차 등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며 해외에서 온 여행객들은 미국에 오기 전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제공하고 입국 시에는 자가격리를 거쳐야 한다. K-8 학교(초중등학교)들을 100일 내 재개교 시킨다는 목표도 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수민족 등이 정부의 대응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코로나19 보건 형평성 태스크포스(TF)’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 백신 목표 하향화 지적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00일 목표를 발표한 가운데 그의 계획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충분한 야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미 매체들은 전했다.

일단 취임 후 100일 동안 1억개의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목표가 낮다고 평가되는데, 실제 접종량은 2배 이상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 기자가 더 높은 숫자를 목표로 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발표했을 때 여러분 모두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자, 이제 그만 좀 하자”고 발끈하기도 했다.

스캇 고틀립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현재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은 2회 복용해야 하지만 일부 미국인들은 이미 첫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는 6500만~7000만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해야한다”고 NYT에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이미 긴급승인을 받았고, 존슨앤드존슨의 백신도 곧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루 100만개씩 접종이 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환자들에게 백신을 보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중보건 전문가이자 응급 의사인 리나 웬은 이번 목표에 대해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은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기대치를 낮추는 게 이치에 맞을 수 있다. 100일간의 허니문 기간 후 신임 대통령에 대한 첫 평가가 나오기 때문에 성과가 최대한 커 보여야 하며, 목표를 이루는 데 100일을 넘겨선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연방 보건 당국자들과 기업은 제조 능력의 부족으로 4월 이전에 백신 공급을 늘리는 게 불가능 할 수 있다고 본다.

공화당 하원 2인자인 스티브 스칼리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승인된 백신 2종과 임상시험 최종 단계를 거치고 있는 백신까지 총 3억개의 백신을 계약했다며, 백신의 공급과 배포에 대한 백악관의 이번 발표가 워싱턴의 구식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정부는 일단 트럼프 행정부의 실패에 시선을 돌렸다. 제프 지엔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우리가 (트럼프 정부로부터) 받은 것은 상상 이상으로 더 나빴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협력 부재가 걸림돌이었다. 백신 공급과 배분에 있어서 가시적인 게 없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결을 거듭 외치면서도 이 자리에서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연방정부가 필요한 긴급성과 집중력, 조정을 가지고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었고 그 실패의 비극적인 대가를 봤다”고 그의 전임자를 탓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2400만명 이상이며 누적 사망자는 40만 8천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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