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경 교수 논문, ‘Deborah Smith’s Infidelity: The Vegetarian as Feminist Translation‘ (제공: 한국외국어대학교)
윤선경 교수 논문, ‘Deborah Smith’s Infidelity: The Vegetarian as Feminist Translation‘ (제공: 한국외국어대학교)

“맨부커상 수상작 The Vegetarian, 오역 논쟁에서 페미니즘 번역으로 해방되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HUFS, 총장 김인철) 영어통번역학부 윤선경 교수가 2016년 맨부커상 수상작,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쓰(Deborah Smith)의 ‘The Vegetarian’에 관한 논문을 국제저명학술지 ‘Journal of Gender Studies’에 출판했다고 한국외대가 21일 밝혔다.

한국외대에 따르면 그의 논문(Deborah Smith’s Infidelity: The Vegetarian as Feminist Translation)은 기존 오역 논쟁 비평에 맞서 스미쓰의 번역을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페미니즘 번역으로 주장한다.

스미쓰의 번역은 맨부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의 전율도 잠시, 2017년 이후 본격적으로 오역 논쟁에 휘말렸다.

많은 학자들이 그가 한강을, 한국문학을 배신했다고, 혹자는 원본에 성형수술을 한 것이라며 오역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그러나 스미쓰의 번역은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윤 교수의 논문은 오역 논쟁으로 얼룩진 스미쓰의 번역을 새로운 관점으로 조명하면서, 한국의 번역학계와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에서 번역은 종종 직역, 또는 단어 대 단어 번역을 의미하며, 번역은 번역가의 해석 없이 단순히 언어만의 문제, 텍스트를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기는 문제로 환원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논문은 스미쓰의 번역 분석을 통해 번역은 원본의 베껴쓰기가 아니라 창조적인 글쓰기임을 보여주며 번역의 개념을 확장하고, 원본과 번역의 그 오래된 서열에 이의를 제기한다.

나아가 본 논문은 번역은 정치적인 글쓰기로서 페미니즘에 공헌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번역은 순수하고 중립적인 텍스트가 아니라, 권력에 봉사할 수도 저항할 수도 있는 정치적인 공간인데, 스미쓰의 번역은 가부장제 권력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가부장제로 고통 받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본 논문에 담긴 윤 교수의 메시지는 특히 시의적절하다 할 수 있으며, 번역과 젠더 정치학을 연결시켜 번역의 지평을 넓히고 원본과 번역,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서열을 무너뜨리는 전복적인 번역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연구라 할 수 있다고 한국외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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