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출생신화(出生神話)
[고전 속 정치이야기] 출생신화(出生神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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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성인과 영웅은 출생부터 불확실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복선이 깔려있다. 하나는 신성한 탄생을 강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경을 극복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한 감동스토리이다. 나는 후자가 더 좋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스터리다. 사람의 아들로 인정해도 그는 성스러운 존재이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성스러운 존재로 성장하면 더 감동적이다. 그 사례가 바로 공자이다. 공자를 잉태했을 때 그의 아버지 숙양흘(叔梁紇)은 70세에 가까웠고, 어머니 안징재(顔徵在)는 고작 16세였다. 사기 공자세가에서도 노인과 처녀의 야합(野合)으로 공자가 태어났다고 했다. 공자는 전혀 성스럽지 않게 태어났지만 성인으로 성장했다. 늙은 아버지가 일찍 죽었기 때문에 엄청난 놀림을 받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제사놀이나 했을까? 결손가정의 아들이 인류의 스승으로 아직까지 살아남았다는 그 자체가 감동적이지 않은가?

처녀 잉태는 예수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유목민족의 신화에 등장하는 조상은 거의 처녀 잉태로 탄생했다. 처녀 잉태의 과정은 다양하다. 만주족 신화에는 선녀가 백두산 천지에서 붉은 과일을 먹고 잉태했다고 한다. 중국인의 조상 복희(伏羲)의 어머니는 서북방 수 천리 떨어진 화서씨(華胥氏)의 나라에서 살았다. 어느 날 동쪽의 뇌택(雷澤)에서 놀다가 거대한 발자국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생긴 그녀가 발자국을 디디자 갑자기 몸속에 무엇인가가 들어오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로부터 임신한 그녀는 복희를 낳았다. 남방의 신화에는 주로 알을 낳는다. 알에서 태어난 사람은 바로 처음부터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지만, 북방의 신화에서 탄생한 사람은 복희처럼 괴물이다. 이 알과 괴물이 성인이자 영웅이다.

역사시대에 태어난 인물들 가운데 씨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칭기스칸의 어머니는 예수게이와 정혼했지만 다른 종족에게 납치됐다. 나중에 예수게이가 도로 찾아왔지만 그녀가 낳은 칭기스칸은 누구의 아들인지 애매했다. 칭기스칸의 맏아들인 주치도 씨의 정체성 때문에 결국 후계자가 되지 못했다.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도 그렇고, 신라를 창건한 박혁거세도 알에서 태어났다. 공자가 야합으로 태어났다는 해석은 분분하다. 합은 누가 보아도 이성의 결합이다. 문제는 ‘야’이다. 야는 들판, 백성, 거칠다는 뜻이다. 사마천이 말한 야합에는 묘한 뉘앙스가 있다. 글자대로라면 들판에서 결합했다는 뜻이지만, 사마천이 하필 결합한 장소를 지적했을까? 학자들은 공자세가를 후대의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야합이라는 공자의 이미지가 손상될 말은 남겨두었을까? 야합은 정식 부부가 아닌 사이의 결합이라는 뜻으로 추측한다. 어쩌면 처녀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숙양흘이 자기가 아이의 아버지라고 선언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다른 증거가 없으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주몽도 그렇게 금와왕의 아들이 됐다. 설화에서 말을 타고 지나가던 낯선 남자에게 물을 떠주고 급하게 마시면 체한다고 버들잎 몇 개를 띄운다. 대개 남자는 씨만 남기고 떠난다. 남겨진 아들이 자라서 훗날 부러진 칼이나 거울을 들고 애비를 찾는다.

위대한 인간의 출생 미스터리가 있어야 나중에 각색이 가능하다. 강한 사람은 불확실성 덕분에 굳센 의지와 생명력으로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야 감동적이고, 그것이 가능해야 건전한 사회이다. 사회적 유동성은 사회의 건강정도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으려면 강남에서 인재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결승전에 올라간 사람이 지방출신이라는 점이다. 희망은 있다. 좋은 집안끼리 혼사를 맺는다고 야단 피우지 마시라! 그대의 후손은 거의 평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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