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차를 맞고 있다. 이제 임기가 1년여 남았다. 4월 재보선이 끝나면 정치권의 관심은 차기 대선 레이스에 집중될 것이다. 따라서 남은 임기도 온전하게 국정혁신에 힘을 쏟기 어렵다. 여권 내부와 관료사회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검찰 등 권력기구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한계에 따라 여기저기서 레임덕 징후도 표출될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남은 임기 동안 뭔가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역대 정부를 보면 이즈음 레임덕에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많은 것이 달라 보인다. 이전 정부의 사례와 그대로 대비시킬 수 없는 차별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 차별성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여권이든 야당이든 민심을 제대로 얻기 어렵다. 그리고 4월 재보선이나 내년 3월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모든 처방전의 대전제가 된다. 현실에 대한 과잉 해석은 금물이지만 아전인수식의 해석은 독약이 될 뿐이다.

대표적인 몇 가지의 사례만 보자.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균 지지율은 지금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중심에 강한 지지층, 특히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유권자들 다수가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구세력의 무차별적 준동과는 격이 다르다. 게다가 친여세력의 지원도 비교적 견고하다. 여권 발 레임덕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관료사회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임기 마지막까지 국정개혁의 드라이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상처받고 흔들릴지언정 꺾이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그 자신감의 근거는 명확하다. ‘피플파워’로 일궈낸 정권으로서의 정통성과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뚜벅뚜벅 변화와 혁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부심, 그리고 지난 총선이 말해 주었듯이 민심의 저변은 여전히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확신감이 커 보인다.

여기에 굳이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무기력한 행태도 문재인 정부의 자신감을 키우는 큰 요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둔 요즘에 국민의힘은 대안세력은커녕 그 존재감조차 변변치 않다는 것을 대부분의 국민은 잘 알고 있다. 당장 두어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선만 하더라도 야권 후보 중에는 당 밖의 인물에 시선이 집중돼 있다. 차기 대선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야권 후보 중에는 당 밖의 인물에 집중돼 있다. 명색이 제1야당으로서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이 어쩌다가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문재인 정부 집권 5년차의 위상은 생각보다 탄탄하다. 어쩌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레임덕 없는 유일한 정권, 그로 인해 ‘성공한 정부’로 기록될 유일한 정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막연한 ‘칭송’이 아니다. 여든 야든 현실을 똑바로 보라는 충언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상황을 더 엄중하게 봐야 한다. ‘진짜 비상’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성공 조건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문재인 정부 국정혁신 5년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완성시켜야 한다. 이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공수처 출범과 같이 손에 잡히는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막연하게 협치나 협상 등에 매몰돼 시간만 허비하는 것은 최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지역과 이념 그리고 팬덤에 매몰돼서는 역풍을 맞기에 십상이다. 야당이 가장 손쉽게 프레임화 할 수 있는 약한 고리가 될 것이며, 동시에 ‘무한 정쟁’의 텃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당정청의 긴밀한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모적 정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사안, 또는 설익은 이슈는 처음부터 끊어내야 한다. 그 대신 구체적이고 분명한 성과를 중심으로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집권 5년차의 국정혁신 동력이 작동될 수 있는 것이다. 레임덕을 차단하는 것은 그 연장선에 있는 법이다.

앞서 말한 세 가지의 조건을 보다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치적 승부처가 한 곳 남아있다. 바로 오는 4월에 실시될 서울시장 보선이다. 부산은 논외로 하더라도 서울시장 보선은 특히 문재인 정부에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의 조건을 담보하는 가장 큰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앞서 언급한 세 가지의 조건은 그대로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승부처인 셈이다.

마침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여론조사 결과가 하나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이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3.6%로 올랐다는 내용이다(리얼미터 1월 21일 발표).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복귀한 것은 7주만의 일이다. 그리고 전 주에 비해 5.7%가 오른 급반등이다. 지난 일주일 새 무슨 큰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보고서도 여론이 조금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결국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저변의 지지세력이 강고하다는 점, 그리고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바로 이런 현실을 집권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당정청의 단합된 모습은 필수다. 국민의힘은 선거용 곁눈질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답을 찾는 것이 필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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