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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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빚 내 생계유지… 집값 폭등에 계속된 빚투 광풍
정부, 대출 규제 나서 “코로나 종식도 안됐는데… 무리한 정책”

-핵심요약-

◆가계부채 급증 요인은 무엇
코로나19 여파로 빚을 내 생계유지를 했거나 집값이 폭등하고 주택 매매 수요가 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다. 앞으로 2~3년간 집값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동산시장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증시 활황으로 빚투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빚투 열풍 우려 목소리
이주열 총재는 주가 상승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면서 빚투로 투자할 경우 가격 조정에 따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홍남기 장관도 주식·부동산으로 돈이 쏠리는 자산 시장 과열과 부채 급증을 우려했다. 

◆1분기 중 가계부채 규제 방안 마련 
정부는 작년 은행권을 통해 신용대출 관리에 나선 데 이어 고액 신용대출에 한해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방식을 의무화하고 차주 전체에게 DSR 40%를 일괄 적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1분기에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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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지난해 급속도로 불어난 가계빚에 연일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정부는 폭증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일환으로 고강도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며 은행권에도 특별한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이 되기도 전에 너무 무리하게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급증한 데는 코로나19 여파로 가계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빚을 냈거나, 역대 최저금리 속에서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관련 수요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급증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 8천억원으로 1년 사이 100조 5천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2018년, 2019년 최근 2년간 연간 증가액이 각각 60조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21조 9천억원으로 68조 3천억원 증가했으며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266조원으로 32조 4천억원 불어났다.

특히 서울 등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것과 맞물려 영끌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연간 기준으로 5.36% 상승했다. 2011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가운데서도 아파트값이 7.57%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집값이 계속해 치솟아도 주택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이 127만 9305건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거래량은 93만 4078건으로 전년 대비 71.4% 급증했다.

여기에 코스피가 사상 최대인 3000을 넘는 등 증시 활황에 ‘빚투’ 열풍이 불고 있다.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면서 현재 70조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최대 160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경우 생존을 위해 대출을 많이 받았고 집값이 앞으로 2~3년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수요가 증가했으며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대출을 받아 투자한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며 “빚투로 투자할 경우 가격 조정에 따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DB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5일 ‘2021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보낸 신년사를 통해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주식·부동산으로 돈이 쏠리는 자산 시장 과열과 부채 급증을 야기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작년 3분기 말 100.6%로, 사상 처음으로 100%를 넘었다.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세계 34개국 중 2위였다. 세계 평균(65.3%)보다는 35%포인트 높은 수치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이전만해도 빚을 잘 갚을 수 있는 중산계층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빚을 못갚게 되는 취약계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출 조이기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자금이 부동산·주식시장으로 쏠리지 않도록 모니터링하면서 은행권에 신용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작년 11월에는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인 4조 8049억원이 늘어나면서 은행권은 12월 중순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2천만원까지 줄이거나 아예 연말까지 신용대출 접수 자체를 중단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일부 중단됐던 상품 판매를 재개하면서 신용대출 증가폭은 2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1분기 중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기관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방식을 차주 단위로 전환한다. 차주 전체에게 DSR 40%가 일괄 적용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환능력 위주의 대출심사 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액 신용대출에 한해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방식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긴다. 예를 들어 신용대출 1억원을 연 3%, 5년 만기로 빌렸을 경우 기존 만기 일시 상환 방식으로는 매달 이자 25만원만 내고 만기에 원금 1억원을 갚는 데서 원리금 균등 상환 시 매달 180만원 정도를 내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또 지난해 8% 수준이던 가계부채 증가율도 향후 2~3년을 목표로 4~5%대로 점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너무 무리하게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교수는 “코로나 종식이 연말은 돼야 하는데 정부가 대출 규제를 하는 것은 너무 이른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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