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15분 도시
[환경칼럼] 15분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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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당신의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는 어떤 시설들이 있습니까?”

편의점, 대중교통, 작은 식당 등이 떠오를 것이다. 대신 직장과 병원, 각종 문화시설을 걸어서 15분 안에 갈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출근길 교통지옥은 익숙한 풍경이고, 의료 수준은 지역마다 격차가 크며, 문화 여가 생활을 위해 ‘마음먹고’ 이동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걸어서 15분 내의 공간에서 뭔가를 해결하기엔 무척 제한된다. 이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도시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본래 도시라는 말에는 도읍(都邑), 곧 정치 또는 행정의 중심지라는 뜻과 시장(市場), 곧 경제의 중심지라는 뜻이 동시에 내포돼 있다. 인류 문명과 함께 출발한 도시의 생성이 그렇게 시작됐다는 말이다. 최초의 도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킨 수메르인이 세운 도시였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 불리던 이곳은 농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가장 대표적인 도시국가는 아테네였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주변 아고라 광장은 교역의 중심지였다. 고대 로마에서도 도시가 형성됐다. 로마의 도시는 매우 잘 정비된 도로를 갖추었는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한다.

중세 시대에는 기존에 종교적 중심지 역할을 하던 곳이 교역의 중심지가 되면서 상업 도시로 변화하게 됐다. 교회나 시장, 광장 등을 건설하고 대성당이 도시의 중심이 되는 도시 체계를 만들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나 중국 같은 동양의 경우는 종교 또는 경제나 상거래의 중심지로서의 성격보다는 정치나 행정의 중심지로서의 성격이 우선됐다.

오늘날과 같은 도시의 형성은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부터이다. 일자리를 찾아 많은 인구가 유입됐고 그 주변에는 철도와 도로, 노동자들의 대규모 거주지역이 만들어졌다. 이제 도시는 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 금융,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며 사회·경제·정치 등 모든 인간활동의 중심지가 됐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화는 필연적으로 인구 문제, 주택 문제, 교통 문제, 환경 문제와 같은 이른바 도시 문제를 야기했으며 빈곤과 소외·질병과 범죄·주거 불안과 환경오염 등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을 동반했다. 이제 도시는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재앙 앞에서 또 한 차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한 도시계획 프로젝트가 ‘15분 도시’이다. 15분 도시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 우선 걷거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범위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정한다. 그리고 주거, 학교, 소기업, 의료, 상점, 여가시설 등 주민들이 그 안에서 완전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지난날 우리의 마을에 해당하는 공동체를 회복하고 자동차 의존을 줄인다는 것이다. 셋째로 단독·연립주택, 아파트 등 다양한 주거 유형을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히며 상생하는 사회적 통합을 이룬다. 한마디로 걸어서 15분 이내에 학교, 직장, 의료, 상점, 각종 여가시설 등이 존재해 주민들이 그 범위에서 완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생활 필수 시설들을 가깝게 두자는 차원의 단순함을 뛰어넘는다. 장시간의 출퇴근이 없어져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으며, 지역마다 발전한 상점과 소매상권, 문화시설을 매개로 한 공동체성의 회복도 목표로 한다. 자동차 교통망으로 이어지던 현대도시가 도보 생활권으로 변하면 기후위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 아닌 지역마다 있는 소기업들에 노동자들이 근무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경제체제가 가능할 수도 있다.

15분 도시는 공동체 가치를 우선시하고 다양한 주거와 교통의 형태를 인정하는 포용적 상생 정책 방향이어서 근대 도시계획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도시라면 어디든 적용할 수 있다. 캐나다 오타와가 이를 공식화했고 호주 멜버른과 미국 디트로이트는 범위를 확장해 ‘20분 도시’를 장기전략 발전계획으로 삼았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이 재선에 도전하며 공약으로 내건 ‘파리를 위한 선언’의 부제가 ‘15분 도시’였을 정도다.

서울은 OECD 국가 중 통근 시간이 가장 길며 1인 자동차로 통근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이다. 동네 상권이 붕괴되고 획일적으로 아파트와 대형마트가 황량한 풍경을 만드는 도시 아닌 도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어디 서울뿐인가. 부산과 인천, 우리나라의 대도시가 모두 다 그러하다. 이제 도시가 제 기능을 회복하고 거기 사는 시민의 질 높은 삶을 위해서는 도시의 변화와 혁신이 필수적이다. ‘15분 도시’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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