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수단 결론 냈지만… 유족 반발 등 여진 계속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을 재수사했던 검찰이 활동을 종료했지만, 수사 외압과 구조 지연 등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은 “해경 지휘부가 승객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30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과 청와대 및 해양수산부(해수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사회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사실을 확인해 관련 혐의자들 총 20명을 기소했다”고 밝히며 1년 2개월여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특수단은 승객 구조 지시를 내리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이병기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특수단이 그동안 살펴본 의혹은 총 17가지다. 대부분은 혐의없음으로 끝났다.

구체적으로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 유가족이 제기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항적자료 조작 의혹은 혐의 미확인으로 결론 냈다.

또 ▲故임경빈군 구조 방기 ▲항공구조세력 구조책임 ▲법무부의 검찰 수사외압 ▲청와대의 감사원 감사외압 ▲청와대의 참사 인지·전파시각 조작 ▲122구조대 잠수시각 조작 등을 혐의 없음 처분했다.

아울러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국정원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국정원의 세월호 선원 조사 의혹 ▲전원구조 오보 ▲청해진해운 관련 산업은행 대출비리 ▲이석태 특조위원장의 문서변조 등도 같은 처분을 내렸다.

특히 가장 관심을 모았던 당시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전 민정비서관(이후 민정수석) 등의 수사 외압 의혹 관련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한 뒷말이 많다.

해당 의혹은 지난 2014년 7~10월 해경 123정장을 수사하던 광주지검 검사들에게 구속영장 청구 범죄사실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제외하도록 지시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직권남용을 했다는 혐의다.

이애 대해 특수단은 “대검에서 먼저 법무부에 123정장 관련 보고를 해 그에 따라 법무부의 의견 제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법무부에서도 다각도의 법리검토 후 의견을 제시하게 된 것인 점, 실제 재판에서도 쟁점이 됐던 점, 법무부의 의견 제시 후 최종적으로 법무부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겠다는 검찰의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법무부의 의견제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장 큰 지적은 황 전 장관과 우 전 수석 등에 대해 서면조사만 하고 끝냈다는 점이다. 임 단장은 “법무부와 대검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와 당시 의사전달이 이뤄진 과정 등을 종합하면 혐의 인정이 사실상 어렵다”며 “그런 상황에서 소환조사 하는 건 과잉수사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너무 성급하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냔 지적이 제기된다. 황 전 장관이 당시 변찬우 광주지검장을 질책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있었다는 점에서다.

다만 임 단장은 “질책보다는 변 지검장이 ‘고집 피워 미안하다’고 했고, 황 전 장관은 ‘검사들이 고집 피운 거겠지’ 정도로 대화했다고 한다”며 “수사 과정 중에 부른 것이 아니라 123정장을 기소한 후에 있었던 일”이라며 외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우 전 민정수석이 김진모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에게 전화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임 단장은 “김 전 부장이 우 전 수석의 전화를 받거나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사찰의 존재 자체는 특수단도 인정했다. 그러나 획득한 유가족 동향을 언론에 유포하거나 유가족들을 압박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 등 유가족들의 구체적 권리를 현실적으로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특수단 판단이다.

하지만 장훈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YTN에서 “사찰 내용으로 보수단체에서 공격까지 했는데 그 연관성에 대해 설명을 충분히 했는데도 이렇게 성의 없는 수사를 했단 건 면피용 수사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해당 의혹 관련 특수단이 증거 불충분이라고 밝힌 점을 두고도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사가 미진했다고 자인하는 게 아니냔 것이다.

임군 구조 방기 의혹에 대해서도 특수단은 ‘심폐소생술 시 몸속에 물이 있어 심장 부위를 누를 때마다 물소리가 났다. 전신에 시반이 발생해 이미 사망했다고 생각했다’는 응급구조사 등의 진술을 토대로 임군이 구조 당시 이미 사망했기에 헬기 대신 배에 태운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결론 냈다.

이에 임군의 어머니인 전인숙씨는 JTBC에서 “그럼에도 헬기를 태웠어야 하는 게 맞는 것”이라며 “그 상황에 있어서 물에 빠진 지 얼마가 지났든 아이가 올라왔는데 어떻게 그러한 답변을 버젓이 답변이라고 내놓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병우 사회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국장은 KBS에 “(이 결론은) 재난 현장에서 공권력이 출동했을 때 그냥 육안으로 보고 시신 처리를 해도 문제가 없어지는 전례를 둔다는 것”이라며 “이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우려했다.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이기도 한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SNS를 통해 “2014년 기소했어야 했던 해경들의 추가 기소만을 목표로 만들어진 특수단임을 스스로 증명한 수사 결과”라고 질타했다.

유족들의 반발을 예상한 듯 임 단장은 “특수단에서 성과를 내고 유족의 한도 풀어드리고 싶었지만, 기대에 결과가 미치지 못하면 어떻게 풀어드릴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유가족이 볼 때는 결과에 미치지 못해서 실망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앞에서 시위 중인 전씨와 관련해선 “청와대 앞에 계신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분 생각하면 저희도 가슴이 아프다”며 “수사 결과 발표문을 사참위와 세월호 유가족분들께도 보내드렸고, 불기소이유서도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발송해드릴 것이다. 어느 정도 수사 결과를 납득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2019년 11월 출범한 특수단은 이로써 막을 내리게 됐다. 출범 당시 임 단장은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유족들은 이를 백서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자고 닻을 올린 특수단은 또다시 공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게 됐다.

그 다른 누군가는 특별검사가 될 전망이다. 특수단은 특수단 결성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DVR(녹화영상 저장장치) 조작 의혹은 예정된 특검에게로 인계할 예정이다. 그러나 특검은 DVR과 세월호 CCTV 영상 데이터 조작 등으로 수사 범위가 한정돼 새로운 진실을 더 드러낼 지는 미지수다.

이에 유족 측은 재정신청(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기소 여부 판단을 맡기는 제도)을 고려하는 등 다각도로 의혹 제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