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모독죄 형량으로는 역대 최장…"등골 서늘한 신호·충격"

태국 법원이 이른바 '왕실모독죄' 위반 혐의로 무려 43년 형을 선고했다.

최근 태국 당국이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왕실모독죄 적용을 확대하는 와중에 나온 판결이라 파장이 일 전망이다.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방콕 형사법원은 19일 왕실모독죄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한 60대 여성에 대해 징역 4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여성은 지난 2014년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총 29차례 군주제를 비판하는 음성 파일을 공유했다가 왕실모독죄로 기소됐다고 무료 법률 지원단체'인권을 위한 태국 변호사들'(TLHR)이 밝혔다.

군사법원 재판으로 3년 넘게 수감됐다가 2018년 보석 석방된 뒤 민간법원으로 넘겨진 이 여성에게 형사법원은 애초 징역 87년형을 선고했다가, 혐의 인정을 참작해 절반으로 형량을 줄였다고 THLR은 설명했다.

태국 형법 112조에 규정된 이른바 '왕실 모독죄'는 왕과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죄목 당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기소 건수가 많아지면 징역형이 15년도 훌쩍 넘어갈 수 있다.

지금까지 왕실모독죄와 관련해 가장 긴 징역형은 지난 2017년 소셜미디어에 왕실 모독적 내용을 올린 한 판매원에 대해 군사법원이 선고한 35년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 태국지부의 수나이 파숙은 AP 통신에 "오늘 법원 선고는 충격적인 것"이라며 "군주제 비판은 용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심각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수나이는 또 "왕권 제한 등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 대응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태국 당국이 왕실모독죄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태국의 정치적 긴장은 갈수록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젊은층의 주도 하에 지난해 하반기 태국 정국을 휩쓴 반정부 시위는 총리 퇴진 및 군부 제정 헌법 개정과 함께 그동안 태국 사회에서 금기로 여겨졌던 '군주제 개혁'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태국 정부는 11월부터 반정부 시위 지도부에 대해 왕실모독죄를 본격 적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반정부 시위가 사실상 중단된 틈을 타 적용 대상을 50명 가까이 대폭 확대했다.

이를 두고 왕실모독죄를 앞세워 반정부 시위 동력을 약화하려는 정부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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